[홍승수의 꽃댕이 일기③] ‘사람의 아들’ 예수와 신의 경지 오른 ‘조성진’

[아시아엔=홍승수 전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 형님, 아우님, 선배님, 후배님 그리고 착한 이웃 여러분께.

어제 성탄 밤미사 중 예수께서 당신을 스스로 ‘사람의 아들’이라 하신 뜻을 더듬어봤습니다. ‘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성부께서 보내신 성자가 아니란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사람에게 태어난 건 물론이고, 소의 밥이 되는 여물의 신세를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사람의 밥이 되자고 작심을 하셨더라고요. 신이심을 포기한다는 선언으로 당신을 ‘사람의 아들’이라 하셨지 싶었습니다.

미사에서 돌아와서 TV를 틀었습니다. 조성진 스페이셜이 시작했더라고요. 그 젊은이 대단했습니다. 어쩌면 매너가 그렇게 의연할 수 있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그 나이에, 그 엄청난 청중과 환경에, 스트레스의 정점에서 추호의 서두름이나 불안감이나 과장을 훔쳐볼 수 없었습니다. 음악에 몰입해 연주하는 모습은 지고의 경지에 있는 이라면 저 경지에 이르는구나,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내가 동양인으로서 한국 사람으로서 국제학술대회에서 첫 발표를 하던 때를 돌아보았습니다. 조성진도 동양인이오, 한국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오늘의 젊은이들은 복을 뭉텅 받고 살고 있다고 시샘이 났습니다. 40년 전에 있었던 항성 생성에 관한 국제천문연맹 학술대회에서의 나를 돌아보게 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조성진, 조성진, 조성진을 입에 달고 지내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젊은이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을 것입니다. ‘연주의 신’이 바로 자신들 곁에 있으니까요.

Leonardo_da_Vinci_(1452-1519)_-_The_Last_Supper_(1495-1498)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예수께서 하느님이시기를 자의적으로 포기하신 게 실은 우리 인간에 주시는 엄청난 세기의 압력이었던 것입니다. “봐라 나도 너희의 밥이 되기를 작성했는데, 너희들이라고 너희끼리 서로에게 밥이 될 수 없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 대단히 무서운 무언의 압력이었던 것입니다.

한 해를 또 새로 주셨음을 하늘에 감사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저희 부부에게 주신 염려와 사랑과 기도의 은총을 생각하면 송구스럽습니다. 거기에 걸맞지 못하게 한 해를 살아온 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구유에 오신 아기 예수님을 묵상하면서 새로 주시는 이 한 해를 더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곧 동녘에 새로 떠오를 태양을 마음에 그려봅니다. 정열의 햇님이 솟아오르시거든 뜨거운 가슴으로 품어 안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그 태양의 동력으로 한 해를 건강하시고 힘차게 지내시길 기구합니다. 저의 새해인사로 받아주십시오.

그럼 또,

함허재에서 홍승수 라파엘, 고옥자 수산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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