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치과 스케일링 받으며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을 떠올리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아주 오래 전 읽은 대만 철학자 린위탕(임어당, 林語堂)의 수필집에 <생활의 발견>이 있다.

하도 오래 돼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이발이나 목욕 혹은 양치질 같은 생활 속에서 하는 일들이 주는 세세한 만족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기자가 성탄절이 지난 주말 낮 이 책을 떠올린 것은 오전 스케일링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기자는 14년째 서울 무교동의 ‘김용호 치과’를 다닌다. 두 달 전 예약된 스케일링을 받기 위해 치과 진료의자에 누웠다. ‘친절하기로 대한민국 최고’인 김용호 원장의 설명이 시작된다. “거울 보시면 나타나지만 아래 어금니쪽 잇몸이 부었습니다. 거기에 음식물이 끼고 놔두면 충치로 변합니다.”

잠시 후 백정미 간호사의 스케일링이 시작됐다. 심한 감기를 앓고 있어 참기 어려웠지만, 30분쯤 지나 모두 끝났다. 기침이 날 때마다 “응, 그래 좋아. 이쯤이야”하며 주문처럼 외우니 통증이 멈춰지는 걸 느꼈다.

스케일링을 마친 후 그 상쾌함이란! 입 안에 온갖 세균과 찌꺼기가 말끔히 정리된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기자가 백정미 간호사에게 말했다. “남의 입안의 온갖 나쁜 것들을 깨끗이 씻어주는 스케일링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일 같다”고.

김용호 원장이 옆에서 거든다. “그 말씀 우리 치과의사들이 정말 좋아할 말 같은데요.”

기자는 셰익스피어가 어느 날 식당에서 만난 종업원에게 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종업원 “선생님께서 훌륭한 글로 사람들에게 영감과 기쁨을 무한대로 주시는데, 저는 식당 바닥이나 쓸고 있으니 신세가 너무 처량합니다.”

셰익스피어 “자네야말로 가장 고귀한 일을 하고 있다네. 하나님이 지으신 이 세상을 깨끗이 쓸고 있으니 이보다 저 훌륭한 일이 어디에 있나?”

스케일링도 연간 1차례 의료보험에 해당된다고 한다. 나흘 남은 을미년 연말, 치과로 달려가 스케일링을 받아보시길 권한다.

<동의보감>에도 요즘 식의 스케일링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나무가지를 솔잎처럼 잘라 치아 사이를 청소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80년 전 린어탕 시대에 스케일링이 보편화됐다면 그는 <생활의 발견>에 이 표현을 하나 더 넣었을 것 같다.

“스케일링을 하면 한달이 상쾌하다. 그리고 험한 말은 3분의 1로 줄고, 칭찬하는 말은 3배 더 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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