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합법화②] 소생 가망 없는 연명치료 중단하려면···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웰다잉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임종을 맞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호스피스 완화의료 등 최선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 법에는 호스피스제도 등 각종 완화의료에 대한 법적 근거 등이 함께 담기면서 환자가 ‘사람다운 치료’를 받으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방안들도 담겨있다. 법 시행은 호스피스 제도 보완기간을 감안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18년부터 시행되도록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매년 26만여명이 죽음을 맞이하고 있지만 단 2%만이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했을 정도로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과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이에 매년 환자의 가족들을 포함한 130만 이상이 죽음으로 인한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소가 세계 40여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죽음의 질(質)’ 조사에서 한국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나 죽음을 비참하게 맞이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대상은 △회생(回生) 가능성이 없고 △질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의료 행위에 반응하지 않으며 △급속도로 임종(臨終) 단계에 접어든 임종기 환자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됐다. 이런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을 통해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노인실태조사(2014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88.9%가 연명치료를 반대했다. 즉, 10명 중 9명은 연명 치료를 원하지 않으며, 찬성은 4.9%에 불과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연명 치료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어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의료진과 환자 가족이 갈등을 겪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매년 5만여 명이 연명치료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고 있다.

제정안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담은 사전의료의향서(事前醫療意向書)를 작성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등록할 수 있다. 환자가 의향서를 제출한 기록이 있으면 합법적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된다. 즉, 웰다잉법의 취지는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자신의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라는 것이다.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방식 3가지를 아래와 같이 구체적으로 법에 규정되어 있다.

첫째,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자신은 연명 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표시해 두는 것이다. 즉, 환자 본인의 뜻에 따라 담담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POLST, Physician Orders for Life-Sustaining Treatment)나 사전의료의향서(AD, Advance Directives)를 작성해 둔다.

둘째, 임종기에 이미 접어들어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는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한다. 즉, 환자의 가족 2명 이상이 일치해 환자가 평소 연명 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진술하고 의사 2명이 이를 확인하면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셋째, 임종기 환자가 의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의사를 가졌는지 추정하기도 힘든 경우에는 환자가 미성년자라면 법정 대리인인 친권자가 환자를 대리해 연명 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환자가 성인인 경우에는 환자 가족 전원이 합의하고 의사 2인이 동의한 경우에 한 해 환자를 대신해 연명 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법정 대리인이나 가족이 없을 경우에는 의료기관 내ㆍ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가족들을 대신해 만장일치로 임종기 환자를 위한 최선의 조치로 연명 의료 중단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은 연명의료 중단 대상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위시하여 말기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 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질환 그리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자 중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담당 의사 1인과 해당 분야의 전문의 1인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말기환자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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