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장정일씨 등 검찰 ‘제국의 위안부’ 저자 기소 기자회견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학문연구와 표현의 자유 침해인가, 위안부 할머니 명예훼손인가?” 검찰이 <제국의 위안부>(뿌리와 이파리, 2013) 저자 박유하 교수(세종대 일어일문과)를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기소한 것과 관련해 김규항, 김원우, 김철, 장정일씨 등이 2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김규항씨 등은 지난 11월19일 서울 동부지검이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가 이 책에서 일본군 종군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묘사하고, 일본군과 종군위안부를 ‘동지적 관계’로 표현하였다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관련해 김규항씨 등은 “우리는 이 사태가 일본군 종군 위안부 문제를 넘어 역사 일반에 관한 학문적 연구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태라고 생각한다”며 “이 사안을 다루는 합리적인 방법은 어느 특정 정치사회집단이 발언의 권위를 독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표출되고 경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2월 이 책의 34곳에 대한 삭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씨 등은 “민족?국가?남성이 독차지해 온 공식 역사와는 다른 목소리를 시도하는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우리 사회가 그간에 이루어 온 민주화의 성과를 허무는 것이기도 하다”며 “지난 11월26일 일본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경향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무라야마 전 총리, 고노 전 관방장관, 노벨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여성학자 우에노 치즈코 교수, 고모리 요이치 교수, 사카이 나오키 교수, 아사히 신문의 전 주필 와카미야씨 등이 서명한 항의 성명서가 발표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11월27일 <포커스뉴스> 보도 전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를 구명하려는 움직임이 일본에서 일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26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대표 지식인 54명이 검찰의 박 교수 기소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떻게 역사를 해석하는가는 학문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며 “‘학문의 장’에 공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한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이 시기에 이번 기소가 양국 국민의 감정을 자극해 문제의 타개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성명 발표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특히 이번 항의 성명에 무라야마 전 총리와 고노 전 관방장관, 우에노 지즈코 교수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은 그동안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며 한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대표적 친한(親韓)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7일 박 교수와 직접 인터뷰 한 내용을 소개하며 한국 검찰의 박 교수 기소를 관심 있게 다뤘다.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총 5번 받았다”며 “지난 4월 검사가 ‘전후 문맥은 알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기소한다’고 통보했다”고 조사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검찰은 내가 허위 사실로 위안부 할머니의 인격과 명예를 크게 침해했으며 학문의 자유에서 이탈했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모든 (내용을) 사료에 근거해 해석했다”고 억울함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내 책을 읽고 위안부들을 ‘매춘부’라고 비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책에 ‘위안부와 일본군은 동지적인 관계에 있었다’라고 쓴 건 당시의 전체적인 틀을 설명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중에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는 일본군 병사들과 나쁘지 않은 관계가 된 사람도 있었다. 모두 증언집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9일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권순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허위사실을 기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박 교수를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
검찰은 박 교수가 2013년 8월12일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에 기재된 허위사실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일본군에 의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또는 강제연행 사실을 부정하고 일본군 위안부는 기본적으로 매춘의 틀 안에 있는 여성이라거나 자발적 매춘부이다’ ‘일본제국의 일원으로서 일본국에 대한 애국심 또는 자긍심을 가지고 일본인 병사들을 정신적·신체적으로 위안해 주는 위안부 생활을 하면서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에 있었다’ 등이다.
검찰은 1993년 8월 고노 전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와 1996년 1월 유엔 인권위원회가 발간한 자쿠마라스와미 보고서, 1998년 8월 맥두걸 보고서 등을 근거로 박 교수가 허위사실을 저서에 기재했다고 판단했다. ?
또 박 교수가 사용한 표현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저해하고 인격권과 명예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며 학문의 자유에 속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내 책에는 허위라고 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내 책에 관한 무의식적 오독이나 의식적 곡해에 의한 것”이라고 검찰의 기소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나는 ‘자발적 매춘부’라 한 적이 없고 혹시 내게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이건 국가가 학술서를 탄압하는 것”이라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박 교수 기소와 관련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모여 있는 ‘나눔의 집’측은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억울함을 표명해도 박 교수는 일본 우익 측의 의견만 대변했다”며 “검찰이 (책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건 할머니들과 박유하의 싸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여성인권과 박유하의 싸움”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한편 박 교수는 50여명의 일본 지식인들이 검찰의 기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 26일 페이스북에 “일본 최고의 지식인들이 입을 모아 내 책은 세간에서 말하는 그런 책이 아니라고 말해줬다”며 “얼마 전에 통화했던, 원고가 된 한 할머니도 ‘당신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고 적었다.
앞서 박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저서 <제국의 위안부>로 일본 와세다대가 주관하는 ‘이시바시 단잔 기념 저널리즘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상은 민주주의와 평화에 기여한 학술서 저자에게 수여된다.
박 교수는 그보다 앞서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주관하는 ‘제27회 아시아 태평양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