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로 혼란한 이때 공자님 말씀 한번 들어봅시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요즈음 ‘답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본분을 지키는 사람이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움’이란 무얼 말하는 것일까? ‘다움’이란 기본적인 자질과 어울림 그리고 안목과 처신의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다움’이란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도 재질에 따라 대들보, 들보, 서까래에서부터 화목까지 그 쓰임새가 천차만별이듯이 각각의 이름이나 신분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가 있는 것이다.
공자의 <논어>(論語) ‘제12 안연편’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제(齊)나라 임금 경공(景公)이 정치에 대하여 물었다, 공자께서는 이에 대해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답한다. 그러니까 이 말은 임금과 신하, 아비와 자식의 관계는 수직적 종속관계가 아니라 상호 배려하고 존중하는 바로 어울림의 관계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 최인호 작가가 쓴 <소설 공자>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공자가 제나라 망명 중 경공을 처음 만났을 때 제나라는 큰 가뭄이 들어 봄에 기근이 생겼다. 경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흉년이 들면 둔한 말을 타시고, 역사(役事)를 일으키지 마시고, 한길을 수리하지 마시고, 제물 없이 비단과 구슬만으로 비시고, 제사에는 음악을 쓰지 마시고, 큰 짐승 대신 작은 짐승을 제물로 삼아야 합니다. 이것이 현명한 임금이 스스로를 낮추어 백성들을 구하는 예입니다.”
<소설 공자>의 마지막은 ‘공자천주(孔子穿珠)’라는 글로 마무리한다. 공자천주는 “공자가 구슬에 실을 꿴다”는 뜻이다. 그 구슬에는 각기 한 개씩 9개의 구멍이 있다. 거기에 실을 꿰어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 고민만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진나라를 지나갈 때 뽕을 따는 아낙을 만났다. 그 아낙이 지혜가 출중한 듯하여 그 구슬에 비단 실을 꿸 방법을 물었다.
그녀는 “조용히 생각하라”고 답했다. “조용!”라는 밀(密)자에서 꿀밀(蜜)자를 떠올려 개미의 허리에 실을 꿰어 구멍 한 곳에 밀어 넣고 다른 쪽 출구가 되는 곳에 꿀을 발라 아홉 구비나 구부러진 구슬에 실을 꿸 수 있었다. 이 공자천주는 배우는 것에 상하귀천 없다는 뜻이다.
사람은 누구나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공자 말씀 중의 으뜸 개념은 ‘인(仁)’이다. 논어에 105차례나 나오는 글자다. ‘인’의 뜻은 보통 ‘어질다’로 풀이한다. 사전을 보면, ‘어질다’는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행이 높다”고 나와있다. 마음가짐뿐 아니라 실천적 행동을 포함하는, 대단히 복잡한 개념이다.
그런데 ‘인’을 ‘어질 인’으로 읽으면 모호한 개념이 된다. 그래서 ‘인’을 ‘사람다울 인’으로 바꾸어 읽으면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그래서 공자는 ‘인’과 ‘사람다움’을 동일시 않았나 생각한다.
왜냐하면 논어에서 “사람이면서 인하지 않는다면 사람 사이를 묶어주는 사회제도와 문화예술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씀하신 것이 하나의 증거다. 공자는 춘추전국 시대 주나라의 봉건 질서가 몰락한 원인이 도덕적 타락이라고 보고, 인을 세워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주장했다.
‘인’은 인간의 내면적 도덕성을 말하며,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인격자로서의 만인을 사랑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다움을 의미한다. ‘인’이야말로 흐트러진 도덕성 회복의 근본 방도라고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제시한 항목이 바로 ‘효제충신’이다.
부모에 대한 효도, 형제간 우애, 내면적 성실과 이웃 간의 신의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이 네 가지 항목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서(恕)’다. ‘서’는 “내 마음(心)과 같이(如)한다”는 뜻이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 혹은 “내 마음을 미루어 남에게 미친다”라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