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모퉁이극장 대표 “멀티플렉스서 한편 보고 땡, 수동적 관람문화 이제 그만”
[아시아엔=부산/김아람 기자] ‘관객문화운동’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모퉁이극장. 그 중심엔 김현수 모퉁이극장 대표가 있다. <아시아엔>은 그를 심층인터뷰해 모퉁이극장과 관객문화운동을 독자여러분께 소개한다.
관객문화운동이 낯선 분들을 위해 쉽게 설명 부탁 드립니다.
“한마디로 영화계처럼 ‘관객계’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영화는 관객이 있을 때 존재합니다. 그러나 요즘 영화산업을 보면 관객은 그저 흥행에 동원되는 숫자에 불과하죠. 모퉁이극장의 관객문화운동은 이러한 수동적인 관람문화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그저 대형멀티플렉스에서 영화 한편 보고 나면 ‘땡’이 아니라, 직접 목소리를 내고 영화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적극적인 관객 문화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직접 리뷰도 쓰고, 영화제도 만들어보고 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도 즐김으로써 ‘관객의 역사’를 만들어가자는 겁니다.”
모퉁이극장 설립 과정은 어땠나요?
“어릴 적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자연스레 영화 애호가끼리 모임을 자주 가지게 됐는데 ‘요즘 무슨 영화 보니?’라고 시작했던 인사말이 언제부터인가 ‘난 요즘에 영화 안 본다’로 바뀌더군요. 본업과 생계유지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에 대한 열정이 사라진 거지요. 이를 계기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함께 모여 ‘영화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서로 응원해주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함께 영화를 즐기던 이들이 하나둘 모이다 보니 지금의 모퉁이극장이 탄생됐네요.”
기존의 영화상영단체와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이미 시네마테크, 예술영화전용관 같이 영화와 문화공간을 동시에 제공하는 극장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모퉁이극장은 기존 상영관과는 개념이 다릅니다. 관객을 위한 ‘관객극장’이죠. 관객문화 활성화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극장이지, 영화 상영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관객문화전용관’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모퉁이극장이라고 이름 붙인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제가 최근까지 활동했던 무성영화 세미나의 이름이 ‘모퉁이극장’이었습니다. 극장 이름은 여기서 가져왔어요.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영화 <모퉁이 가게>(1940)에서 차용한 이름이에요.”
모퉁이극장은 그동안 어떤 일들을 해왔나요?
“부산독립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와 협업해 관객들이 경쟁작 리뷰 작성 및 심사를 하는 ‘모퉁이 관객리뷰단’, 관객이 영화 선정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는 ‘모퉁이 관객살롱’ 등을 운영했습니다. 자체적으로는 관객잡지 <모퉁이극장> 1·2호를 발간했고요. 특히 올해는 관객들이 영화 상영회 사회, 안내, 관객토크 진행을 맡는 ‘애프네시네마클럽’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8월에는 서울국제실험영화제와 협업해 영화제 상영작을 부산에서도 볼 수 있도록 ‘엑시코너스’를 기획했고요.”
모퉁이극장의 목표는요?
“관객운동의 선두에 선 관객운동가 20명, 응원관객 30명 등을 갖춘 튼튼한 관객연대 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느 정도 조직력을 갖추면 월간잡지를 만들어 관객 필진들의 글을 꾸준히 싣고 싶습니다. 대중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력 있는 평론가들의 글도 싣고요. 또한 영화 관련 서적을 번역하는 등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객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에 올해는 관객운동을 함께 할 이들을 모집해, 연대를 구축하는 일에 매진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