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위한, 관객에 의한, 관객을 향한’···‘모퉁이극장’의 도전과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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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을 위한, 관객에 의한, 관객을 향한’

[아시아엔=부산/김아람 기자·사진 모퉁이극장] 10월1일부터 10일간 ‘2015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렸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풍성한 행사로 관객을 맞이했다. 관객운동을 펼치고 있는 비영리단체 ‘모퉁이극장’(대표 김현수)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한 주인공 중 하나다.

지난 2012년 4월 부산 중구 중앙동에서 개관한 모퉁이극장은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수동적으로 영화를 관람했던 기존의 행태에서 벗어나 관객이 직접 중심이 돼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를 향유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많은 영화 애호가들이 이곳을 찾아 함께 영화를 관람한 후 감상평을 나누고, 관객잡지를 발행하는 등 새로운 영화관람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모퉁이극장 관객부스를 찾은 배우 백성현씨
모퉁이극장 관객부스를 찾은 배우 백성현씨

모퉁이극장은 시민영화단체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에 관객부스를 유치했다. 모퉁이극장 설립 이래, 여러 영화제와 협업해 만든 관객리뷰단, 관객잡지 발행 등 관객운동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덕분이다. 관객부스가 운영된 10월2일~9일까지 모퉁이극장은 전세계 관람객을 대상으로 홍보를 펼쳤다. 8일동안 4백명이 넘는 방문객과 배우 백성현, 영화감독 김병준 등 많은 국내외 영화관계자들이 부스를 찾아 모퉁이극장을 격려했다.

모퉁이극장 관객부스를 찾은 방문객들
모퉁이극장 관객부스를 찾은 방문객들

영화제 관람객들은 모퉁이극장 행사 포스터, 영화 명장면 엽서, 관객잡지 등을 구경하고 기념촬영을 하며 부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각자가 좋아하는 영화의 리스트를 작성해 영화계보를 만들어보는 체험행사 ‘나만의 탑텐목록’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몇몇 관객들은 영화 상영시간 전후, 부스에 들러 차를 마시거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곳을 방문한 금혜진씨는 “관객운동의 개념이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관객주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배상현씨는 “모퉁이 극장은 누군가 꿈으로만 생각했던 것을 현실로 만든 공간”이라며 “늘 응원하겠다”고 방문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는 관객문화활동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관객문화활동가란 모퉁이극장 워크숍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친 관객과 ‘2015년 관객교실’을 수료한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모퉁이극장 운영 및 각종 부대행사를 돕고 있다.

모퉁이극장이 진행한 부산국제영화제 야외무대행사 아주담담. 왼쪽부터 사회자 박호섭, 성송이, 정엄지, 김민주씨
모퉁이극장이 진행한 부산국제영화제 야외무대행사 아주담담. 왼쪽부터 사회자 박호섭, 성송이, 정엄지, 김민주씨

모퉁이극장은 10월6일 저녁6시부터 1시간반 가량 BIFF 부대행사 ‘아주담담’에서 관객토크를 진행했다. ‘아주담담’은 매년 영화제가 진행하는 공식 이벤트 중 하나로, 국내외 영화제 게스트들이 두레라움 광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 올라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날 모퉁이극장이 진행한 관객토크는 기존 ‘아주담담’과는 달랐다. 영화인사 위주의 토크가 아닌 관객들이 함께 소통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관객문화활동가로 구성된 4명의 진행자가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영화제 관람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참가자들은 각자 감상한 영화에 대한 느낀 점과, 20주년을 맞이한 BIFF에 아쉬운 점과 더불어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관객 변혜경씨는 “BIFF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계속 만
나고 싶다”며 “관객토크가 관객들의 아고라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민평론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관객 김희영씨는 “관객토크는 영화를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응원할 수 있었던 신선한 자리”라고 참여소감을 밝혔다.

이후 영화제 측에서는 “내년엔 처음부터 함께 제대로 기획해보자”고 러브콜을 보내왔다. 초청작과 게스트 위주의 행사가 대부분인 BIFF에서 관객의 소리를 반영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면, 축제는 더욱 유익해질 것이다.

MN1511_모퉁이극장_관객영화제공식포스터_출처_모퉁이극장

국내최초 관객영화제, 부산서 개최
모퉁이극장은 10월21일부터 8주간 매주 목요일마다 부산 중구 중앙동에서 국내 첫 관객영화제 ‘제1회 모퉁이관객영화제’(Citizen of Cinema Festival)를 개최한다. 저녁7시에 상영회 및 관객토크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관객이 직접 영화선정부터 프로그램 기획, 사회자까지 도맡는다는 점에서 여타 영화제와 다르다. 그야말로 관객이 주인공이자 기획자이기도 한 전례 없는 영화제인 셈이다.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선정하는 프로그래머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인룡 영화의전당 교육총괄, 허문영 시네마테크부산 원장(전 씨네21 편집장),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 등 영화인 뿐만아니라, 직장인 김영환, 파티플래너 한지성, 섬유미술작가 윤필남 등 총 8명이 영화선정에 참여했다. 이들은 <우리도 사랑일까> <화이트 히트> <화양연화> 등을 선정했다.

영화제 첫날에는 이지훈 필로아트랩 대표가 ‘모두가 관객이다’라는 제목으로 관객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다. 12월5일에는 박인호 영화평론가의 특강 ‘관객의 글쓰기에 대하여’가 열린다.

김현수 모퉁이극장 대표는 관객영화제에 대해 “오롯이 관객들 손으로 만들어진 관객을 위한 영화제”라며 “그간 관객들이 보여준 영화에 대한 열정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밝혔다. 관객영화제 참가비는 5천원이며 세부 프로그램 정보는 모퉁이극장 블로그와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퉁이극장 애프터시네마클럽에서 관객들이 영화감상평을 나누고 있다.
모퉁이극장 애프터시네마클럽에서 관객들이 영화감상평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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