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특혜 무엇이 문제인가①] 선정 재벌 배부르는 사이 서민가게는 다 죽어
“관광객 유치가 목표라면 많이 세울수록 더 좋다”
[아시아엔=김영수 국제금융학자] 면세점 특권이 현대-삼성, 한화에게 나누어졌다. 연간 10조원 규모의 시장이다.
참 웃기지도 않은 일이다. 면세란 무엇인가? 세금을 면해준다는 말이다. 세금은 뭔가?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원을 공동체 구성원이 갹출하는 거다.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목적이 잘 달성되지 않거나 불공평하게 갹출하는 것은 ‘세금’이라고 하지 않고 ‘삥’이라고 한다.
‘면세’는 뭔가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 다른 구성원은 다 내는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말이다. 이번 경우는 ‘관광객들이 쇼핑하러 많이 한국에 오게 하기 위해서’ 세금을 면해주는 면세 사업권을 현대-삼성과 한화에게 나누어 준거다.
듣기에는 그럴 듯하다. 그러나 사실 전혀 ‘그럴듯하지 않다’. 그래서는 안 되는 문제들이 있다.
첫째, 면세상품이 관광객들을 유인한다면, 우리나라에 면세상품을 파는 상점이 많으면 더 많이 올 것이다. 당연히 서민들도 면세상품을 팔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재벌들만 면세상품을 팔아야 하는 이유는 친재벌, 무조건재벌숭배 이외에는 별로 발견하기가 어렵다. 미8군 PX 출입권한을 ‘재벌도 아닌 너희들이 감히…’ 식의 특권의식을 유발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내가 문제삼는 것은, 면세가 관광사업을 진흥시키냐 마느냐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특권화하여, 선정하기 전부터 답이 뻔한 몇몇 재벌에게만 나누어 준 것이 문제라는 거다. 면세가 관광진흥이라면, 납세는 反관광이란 말인가?
“합격하면 임직원의 공이고, 탈락하면 내 책임…”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이같은 말이 선정도 되기 전에 나왔다. 언론은 ‘승부사’라는 미담도 만들어 낸다. 면세점 하는 것이 정부의 독점특혜를 수십년간 받아 덩치를 키워온 독점 재벌들의 승부수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골목상권도 샅샅이 훑겠다고 빵집에까지 진출하다가 욕먹고 슬그머니 물러나더니, 생각해낸 게 면세점이다. 그리고 그게 안 되면 오너 책임이라는 게 어떻게 미담이 될까 말이다. 안됐다면 그걸로 임원 책임을 물으려했단 말인가?
제발 한국의 재벌들이여, 좀 그럴 듯한 기술로 그럴 듯한 물건 만들어 그럴 듯하게 국제시장에서 뛰노는 그런 것 좀 보여달라. 재산 수준에 맞는 행동, 그게 왜 그렇게 이다지도 어려운지 모르겠다. 축적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어서일까?
요사이는 왜 그럴 듯한 사업가들이 출현하는 게 이다지도 어려워졌는지 모르겠다. 겨우 헤엄을 치면서, 폼은 올림픽 금메달 수영선수나 싱크로나이징의 품세를 잡는다. 다이빙도 할 기세다. 맨땅은 아니라 헤딩의 묘미는 덜하겠지만, 이들의 사고방식은 컨셉도 참으로 버라이어티하다.
둘째, 면세는 세금이 제로다. 서민들 가게는 같은 물품에 수십%에서 수백%의 세금을 물린다. 세상에 이런 불공평한 역진세가 도대체 어디 있냐? 반대로 돼야 하는 거 아닌가? 공평하게 경쟁해도 힘든데 이런 식으로 해서는 서민들 가게는 다 죽어나가지 않겠는가?
그리고, 관광객들이 와서 수입 외국명품을 많이 사간다고 해도 한국경제에 뭐가 그렇게 도움이 되겠는가? 서민들 가게에서 한국물건을 사야 경제에 도움이 된다. 한국물건은 살게 없다고?
절대 그렇지 않지만, 일단 그렇다고 잠시 가정하자. 그러면 외국명품을 서민들 가게에도 가져다 놓고 거기서 다른 한국물건도 보여주고 팔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애플전화기 가져다 놓고, 전화기 케이스와 액세서리라도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아닌가?
한국물건 가운데 정말 좋은 것 많다. 예쁜 한국여성들 덕에 한국화장품 무척 잘 팔린다. 한국 화장품 안 쓰는 분들이 뭘 알겠느냐만, 면세점 아닌 과세점인 한국 화장품 가게 덕택에 중국관광객이 몰려온 거다. 그러다 보니 중국시장도 진출하게 된 거고 서경배 회장이 이건희 회장보다 보유주식 가치가 올라간 거다. 구치, 샤넬, 입생로랭…이런 것 팔아봤자 다른 재벌 아닌 일반인들이 내는 세금 안내면서 발생하는 차액을 먹는 거다. 그 차액을 갖고 필요한 사람들, 세력있는 사람들, 나중에 도움줄 사람들, 협박하는 사람들에게 명절 때 약치고 나눠먹는 거다. 그렇게 하고도 많이 남는다. 그러니 그걸 먹겠다고 노력을 하면 승부사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