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여성 남자배구 관람 결국 무산···여기자 취재도 불허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이슬람권 안팎의 관심이 쏠렸던 이란 여성의 남자 배구경기 관전이 결국 무산됐다.

이란 보안당국은 19일(현지시간) 밤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과 미국의 월드리그 배구 남자부 경기에 여성 관중 200명이 이란배구협회가 특별 발부한 입장권까지 받았지만 결국 입장을 불허했다고 현지언론들이 보도했다.

여성들의 경기 관람은 물론 이란 여성기자의 취재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푸네 네다이 <쇼크란> 발행인이 전했다.

이란에선 1979년 이슬람혁명 뒤 여성의 남성 스포츠 경기 관람이 금지됐다. 이란에 사는 외국인 여성에 대해 따로 구별된 전용 관람석에서 남성 경기를 관전할 수 있도록 최근 허용됐다.

지난해 6월 남자 배구 경기를 관전하려 했다는 이유로 영국계 이란 여성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 곤체 가바미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가 11월 가까스로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이란의 여성 차별을 둘러싼 보수와 진보 진영간 해묵은 논쟁거리가 됐지만 이번 경기를 앞두고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 관중 입장이 허용되리라는 기대가 특히 높았다.

여성인 샤힌도크트 몰라바르디 이란 부통령이 10일 이번 배구 경기에 선수 가족과 친척으로 제한되긴 하지만 여성 500명이 입장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이란배구협회는 선수의 여성 가족 200명에게 입장권을 내줬다.

몰라바르디 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이란 보수 종교계와 단체가 강력히 반발했고 경기 당일 대회가 열린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 앞에선 이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안사르에 헤즈볼라와 같은 이란 보수 단체들은 경기 전 “여자가 경기장에 입장하면 피를 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전단을 살포하기도 했다.

이날 배구 경기에선 남성 관중만의 열띤 응원에 힘입은 이란이 미국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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