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일본 방역망 못 뚫는 이유···사전·현장·사후 ‘3겹’ 기관별 공조

우려대상 사전파악·몇겹의 공항대책·잠복기 감염자 입국후 점검

[아시아엔=편집국] 작년 10월27일 저녁 NHK 등 일본 언론은 에볼라 관련 긴급뉴스를 내 보냈다. 에볼라 발병국인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등을 거쳐 당일 귀국한 40대 남성에게서 미열이 있어 감염 여부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였다.

작년 12월29일에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귀국한 일본인 30대 남성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어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발표했고, 언론은 이를 곧바로 보도했다. 발표시점으로부터 엿새 전에 귀국한 이 남성은 집에서 스스로 체온을 잰 결과 38.2도로 나오자 관계기관에 연락했고, 정부는 즉시 정보를 공개했다.

국민적인 관심을 모은 두 의심 환자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

두 사례에서 드러난 일본의 감염증 유입 방지 태세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한국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 당국이 갖춘 ‘1차 저지선’은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전 대응이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후생성 검역업무관리실 당국자 마쓰모토씨는 “국제루트로 외무성이 확보한 정보를 통해 기니와 시에라리온 등 에볼라 발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의 정보가 입수되면 검역소 등에 연락해 공항에서 체크하는 체제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저지선’은 공항과 항만 등에서의 ‘현장 대책’이다. 후생성은 국제선 여객기가 도착하는 전국 30개 공항의 검역소와 입국 심사대에서 2차례 걸쳐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에볼라가 유행하는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콩고민주공화국 등 4개국을 최근 3주 이내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를 이중 체크한다. 더불어 적외선 체열검사 장비(서모그라피·thermography)를 통해 열이 나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이다.

3차 저지선은 감염됐으나 증상이 없는 잠복기의 감염자가 입국할 가능성을 감안한 ‘입국후 조치’다. 후생성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3개국에 체류한 적이 있는 이들이 일본에 입국한 경우 21일간 체온이나 몸 상태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해 검역소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대상 국가를 방문한 이들은 에볼라 환자와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하루 2차례 관련 사항을 전화로 보고해야 하며 이는 외국인이라도 예외가 없다.

이런 체제가 돼 있기에 작년 12월 시에라리온에서 귀국한 30대 일본인 남성이 자진 신고함으로써 검사를 받는 일이 가능했다.

이 같은 ‘3중 저지선’과 함께 주목할 만한 대목은 감염 의심 단계에서 신속하게 정보를 공표함으로써 전 국민에게 경각심을 높이는 공보 정책이다.

후생성은 작년 11월부터 에볼라 감염 의심자로 파악되는 단계에서 당사자의 연령대, 성별, 체류국, 이용 항공편은 물론 증상, 체류국에서 에볼라 감염자와 접촉한 이력, 일본 내 거주지가 있는 광역자치단체명, 인플루엔자나 노로 바이러스 등 다른 질병 감염 여부, 이용한 항공기의 출발·도착지 정보와 시각, 같은 항공기 탑승자 수 등도 함께 발표키로 했다.

공개 시점은 감염 의심자가 지정 의료기관에 이송돼 진찰을 받고 혈액 등 검체가 국립감염증 연구소로 보내지는 때다. 후생성 당국자는 “너무 일찍 공표하면 (언론의 취재 경쟁 등으로 인해) 환자를 순조롭게 이송하는데 차질이 빚어지고 공항에 사람이 몰림으로써 일반인에게도 불필요한 불안을 주게 된다”며 “또 의심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있는 이들이 패닉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의심 환자가 감염증 지정 의료 기관의 격리 병동에 들어간 뒤 정보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의심환자 수송을 위한 관계당국간 정기적인 훈련 체제도 주목할 대목이다. 후생성 당국자는 “최소 매년 한차례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수송 훈련을 실시한다”며 “또 검역소의 경우 방호복을 입은 채 이송 대상자를 옮기는 등의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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