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아메리칸 등 美 항공사, 에미레이트·카타르·에티하드항공과 정부보조금 놓고 ‘일전불사’

보조금 논쟁 에어프랑스-KLM, 루프트한자 등 유럽까지 번져

[아시아엔=편집국]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과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항공사들의 정부 보조금 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논쟁은 올해 초 미국의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이 자국 정부에 UAE와 카타르 정부 소유의 항공사들이 거액의 보조금을 받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전달하면서부터였다.

이들 미국 항공사가 지목한 곳은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카타르항공이다.

중동 최대규모의 에미레이트항공은 UAE 두바이 정부, 에티하드항공은 UAE 아부다비, 카타르항공은 카타르 정부가 최대주주다.

보고서 요지는 “이들 걸프지역 항공사가 2004년부터 저리 융자, 세금 감면 등 420억달러의 정부보조금을 등에 업고 미국발 동남아시아·남아시아 노선의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 미국 항공사는 자국 정부에 UAE와 카타르 정부와 맺은 항공자유화협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체기에 접어든 미국 항공업계에 비해 걸프 지역의 이들 3개사의 성장세는 실제로 놀라울 정도다. 중동 최대규모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 회계연도 순이익이 40% 증가했고 에티하드항공도 52%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걸프지역 항공사는 거듭 정보보조금을 부인하면서 미국 항공사에 강력하게 맞서고 있지만 미국측도 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상황이다.

에티하드항공이 지난달 28일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자마자 미국 항공사의 로비그룹인 오픈앤페어스카이스의 질 저크먼 대변인은 “에티하드항공은 이익이 늘었다고만 계속 발표하면서 장부는 공개하지 않는다”며 “이는 자신들도 UAE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게 항공자유화협정에 위배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에티하드항공은 1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 항공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비행기 연료를 무상 또는 할인된 가격에 공급받거나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며 “우리는 세계수준의 서비스로 돈을 버는 데만 집중한다”고 항의했다. 에티하드항공은 미 국무부, 상공부, 교통부에도 “아부다비 정부에서 2004년부터 현재까지 지분 투자 목적으로 91억달러을 분할 차입했고 52억달러는 정부에 갚아야할 채무”라고 해명한 55쪽짜리 자료를 보내 대응했다.

그뿐 아니다. 이들 항공사들은 설전도 마다지 않았다. 리처드 앤더슨 델타항공 사장이 걸프지역 항공사의 정부보조금을 9·11 테러에 비유하자 아카바르 알바케르 카타르항공 사장은 그에게 거짓말쟁이라고 맞받아쳤다.

팀 클락 에미레이트항공 사장도 정부보조금 시비를 공사용 대형 망치로 깨부수겠다면서 의혹을 제기한 미국 항공사 사장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보조금 논쟁은 유럽에까지 번져 에어프랑스-KLM, 루프트한자 등 유럽 항공사들이 비올레타 불츠 EU 교통담당 집행위원에 관련 서한을 보냈다.

네덜란드 교통부는 지난달 말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카타르항공의 불공정한 유럽 취항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스키폴공항 착륙 횟수를 더 늘려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니 세브라이트 미-UAE 상공회의소 회장은 “미국 항공사들이 미국의 교통·운송 제도상 요구를 관철하려고 미 정부와 가까운 걸프국가를 지목함으로써 미 정부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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