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허용 안된 줄기세포, 노벨상 최종후보 올라”
[인터뷰]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알앤엘바이오 라정찬 원장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학문적인 분야에서는 수상자가 없었다. 그런데 아직 갈 길 멀어 보이는 이과 분야에서 노벨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이가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성체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알앤엘바이오(RNL BIO) 줄기세포기술원 라정찬 원장(49)이다.
라 원장은 지방 조직을 떼어 내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이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자기 자신의 몸에서 나와 배양된 줄기세포는 그 자신이 앓고 있는 세포손상질환을 비롯한 각종 희귀난치성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지난해 노벨위원회는 이 기술을 갖고 있는 라 원장을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에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후보로 추천했다.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는 노벨상 6개 부문 중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여하는 기관이다.
라 원장은 “지난해 2월 줄기세포 치료로 청력이 돌아온 미국의 한 10대 여성 환자 부모가 모두 의사였는데 그들이 스웨덴 대학 교수에게 치료 성공 사례를 보냈다. 그들이 놀라워했고, 그래서 노벨상 후보로 올라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1년 노벨의학상 최종 수상자는 면역체계 활성화를 연구한 브루스 보이틀러(미국), 율레스 호프만(룩셈부르크), 랠프 슈타인만(캐나다)에게 돌아갔다. 그래도 최종 후보에 오르기까지 성과는 있었다. 아시아엔(The AsiaN)이 라 원장과 만나 노벨상 수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뒷얘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줄기세포 사기 아니냐’던 병원, 지금은 먼저 ‘연구하자’ 제안
-아쉽지 않았나.
“노벨상은 그 기술이 사람에게 적용돼야 하는 면이 있다. 그런데 줄기세포치료제는 한국에서 약으로 허가를 못 받았다. 이것이 내 약점이 됐다. 한국 회사이면서 한국에서는 치료를 못하고 미국, 일본, 중국에서만 치료할 수 있으니 그런 게 걸렸다. 또 우리나라 국력이 아직도 약하다는 것을 느꼈다. 미국이나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정보도 주고받고 그러더라.”
-그래도 최종 후보까지 올라간 것은 엄청난 일인데.
“수상은 못했어도 이제는 어느 정도 학계나 의료계로부터 인정받게 됐다는 것이 큰 소득이다. 그동안은 ‘줄기세포’ 자체에 대한 불신이 퍼져 있어서 힘들었다. 의사조차도 ‘이거 사기 아니냐’ 했으니까. 그전에는 병원에 찾아가서 임상연구 하자고 해도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며 미뤘는데 이제는 연구하자고 거꾸로 연락이 온다.”
국내에서 줄기세포 연구는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사건 이후 왜곡된 인식과 선입견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단연 선두적인 데 비해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품목허가는 지난해서야 처음으로 이뤄졌고, 아직도 의료기술로는 인정받지 못해 치료도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배양하더라도 아직 치료할 수 없다.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봤나.
“지난 3년간 줄기세포를 보관한 사람이 1만5000명인데, 이들 중 일본이나 중국 등으로 가서 투여 받은 사람은 6000명이 넘는다. 입소문이 났다. 의사나 그 가족들도 있는데, 눈으로 보고 믿는 거다.”
치매 90% 치료할 것, 2년 내 사람 검증 추진
-구체적으로 어떤 치료를 할 수 있나.
“우리 몸에 있는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치료할 수 있는데 몸속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추출해서 대량으로 배양하는 것이고, 그 배양기술을 우리가 갖고 있다. 아기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대가 대상이다. 뇌성마비, 자폐증 치료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중점을 두는 것은 치매다”
-줄기세포가 치매를 고칠 수 있나.
“100%는 아니어도 90%는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지난 2년간 서울대 약리학실과 공동 연구했다. 동물모델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고령사회가 되면 국가적으로 노인성 질환에 신경 써야 한다. 아직 치매는 아무 대책이 없다. 올해 임상시험에 들어갈 건데, 2년 정도 하면 사람에서도 검증될 것으로 생각한다.”
라 원장은 “줄기세포로 암 치료법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암세포를 죽이는 바이러스를 줄기세포와 함께 주사하면 암세포를 찾아가서 재발을 못하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줄기세포는 과연 지금까지의 희귀난치병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가.
“2040년이면 평균수명이 92세가 될 거라는데, 우리 기술이 적용되면 120세까지 살 수 있다. 줄기세포가 인류의 자연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원래 유전학적으로 살 수 있는 수명대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물론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이 함께 가야하는 거다.”
-질환마다 치료 방법이 똑같나.
“기술은 개발된 것이고, 각 질환별로 어떻게 줄기세포를 투여할 때 효과가 좋은지를 확인하는 것을 연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의사들과의 협력이다. 유전병은 치료할 수 없고 개선하는 것이지만 퇴행성질환 등은 치료자체가 목표다.”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고 보나.
“지난해 2월 내 논문 중 자가줄기세포의 안전성에 관한 내용이 과학저널(Journal of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는데 미국 루이지애나의 대학 교수가 이 논문을 평가하는 논문을 또 냈다. 세계 줄기세포 학계와 미국 의사들이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사람에게 줄기세포로?자가면역질환을?치료한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된 것은 지난해의 성과이기도 하다.”
줄기세포치료제 ‘한약’처럼 맞춤형, 신의료기술로 인정해야
-정부가 어떤 뒷받침을 해줬으면 좋겠나.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은 우리 기술보다 미국 등에서 가져온 걸 더 믿으니까 답답한 면이 있다. 우리나라 약사법은 기존의 화학요법제가 기준인데 맞춤형 의료시대이므로 심사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줄기세포치료제는 한약과도 같다. 한 번 만들면 한 사람만 쓰는 건데, 어떻게 대단위로 검증하는 3상 임상시험을 거치라고 하나.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가혹한 심사기준이다. 새로운 의료기술로 인정해줘야 한다. 이건 보건복지부 장관이 결심만 해도 되는 일이다.”
-올해의 계획은.
“제3자가 볼 때도 명실공히 인정받기 위해 영업보다도 기술수출이나 로열티로 사업성과를 낼 거다. 사람에게 적용되는 연구에 역량을 쏟을 것이고 국제적인 우수 저널에 논문도 많이 낼 것이다.?경제적으로 많은 부담 없이 주사요법으로 편하게 치료하는 줄기세포로 자가면역환자 등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라정찬 원장은 줄기세포치료제를 직접 맞아 봤다고 했다. 지난 가을까지?자그마치 38번이라고 했다.
“2008년 2월 내가 제일 먼저 맞아 봤다. 주변에서 ‘혹시 잘못되면 어떻게 하냐’, ‘암 걸리면 어떻게 하냐’며 반대도 했다. 하지만 안전성을 입증하려고 그렇게 했다.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있었고, 한 달에 열흘이상 해외출장 때문에 피곤했는데 지금은 좋아졌다. 효과 때문이라기보다는 첫 검증을 나에게 한 것이다.”
‘줄기세포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라 원장은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했다. 일주일에 3~4번 등산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 하고, 먹는 것은 그 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자연수명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줄기세포 하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치료를 하더라도 줄기세포가 몸 안에서 효과를 잘 발휘하도록 평소에 관리해야 한다. 몸이 나쁘면 줄기세포도 잘 안 받을 수 있으니까.”
환자가 자신의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로 치료를 받게 되듯 의료기술이 효과를 내는 것도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노벨상, 이사장님 기사
줄기세포 강국이 한국이지만 내부적 압박을 너무 받아 그 진가가 너무 묻혀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벨상 최종후보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인지를 받을 수 있는 그러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연구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고 불치병 환자에 대한 치료가 가능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