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분쟁 중·일, 이번엔 ‘고속철세일즈’ 경쟁···가격vs안전성 걸고 인도 등서 한판 승부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연합뉴스] ‘고속철 판매원’으로 불리는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세계 고속철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 총리는 외국순방 과정에서 굵직한 고속철 계약을 잇달아 따내며 ‘실리 외교’로 주목받고 있고, 중국에 인프라시장을 잠식당할 것을 우려하는 아베 총리는 만만치 않은 반격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부터 유라시아 고속철, 중앙아시아 고속철, 범아시아 고속철 등 3대 고속철 계획을 세워 이를 치밀하게 추진해왔다.
특히 2013년 초 취임한 리 총리는 같은 해 10월 태국 방문을 시작으로 외국을 방만할 때마다 철도사업 판촉에 주력하며 태국, 아프리카, 남미, 인도 등에서 잇따라 사업 협력 협정을 성사시켰다.
동부 아프리카 6개국을 연결하는 초대형 철도사업,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를 잇는 동유럽 고속철도 노선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7월 남미를 순방하면서 이 지역 국가들과 태평양~대서양 연안을 연결하는 남미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인도에서는 델리~첸나이의 1754㎞를 잇는 고속철을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사업이 성사되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노선이 된다.
중국은 멕시코 정부가 추진하는 4조원대의 고속철 사업의 사업자로도 선정됐지만, 멕시코가 최근 사업자 선정결과를 취소하면서 일단 무산됐다.
리 총리는 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을 연결하는 고속철 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과 관련해 보기 드문 흥행을 거둠에 따라 전방위적인 고속철 세일즈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아베 총리는 중국이 세계 고속철 시장을 천천히 잠식해가는 상황을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신화통신은 6일 “아베 총리는 일본 고속철의 ‘수석 세일즈맨’ 역할을 하며 외국에 나가거나 관련 국가 지도자를 만날 때마다 일본 고속철 등 궤도교통(시설) 판촉을 잊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일본을 찾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신칸센의 대(對)인도 수출 문제를 주요의제 중 하나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역시 인도와 동남아 고속철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이곳에서 앞으로 고속철 시장 선점을 위한 양국의 치열한 결전이 전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도는 앞으로 주요도시를 잇는 7개의 고속철 노선을 건설할 계획이다. 총연장 4600㎞에 달한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약 300㎞)를 잇는 고속철 사업을 추진 중이다. 태국 역시 지난해 여름 24조원 규모의 고속철도 2개 노선건설 계획을 승인한 상황이다.
세계 고속철 시장에서 중국은 무시할 수 없는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삼고 있고, 일본은 가격은 좀 비싸도 기술과 경험을 앞세운 ‘안전’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