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장수하고 싶은 그대여, “친구를 옆에 두세요”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 문인회명예회장] 장수는 인간의 꿈이다. 필자가 존경하는 종사(宗師) 한 분이 당신은 130세까지 사실 것이라고 말씀하는 것을 들었다. 그때면 우리들은 다 떠나갈 것이고 노인 홀로 남으셔서 무슨 재미로 사실 것이냐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할 일이 너무 많으셔서 그 일을 마칠 때까지는 눈을 감지 못하시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종사위에 오르신 도인일지라도 130세까지의 장수가 가능할까? 얼마 전에 원불교 해외교화(海外敎化)에 온 몸을 바쳐 일하던 종사 한 분이 75세를 일기로 거연히 열반에 드셨다. 정녀(貞女)의 몸으로 아마 미주 교화와 러시아 교화에 진이 다 빠지셨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분의 추도식에서 세상일 다 해놓고 75세에 열반에 드신 것은 ‘금메달’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80대면 은메달, 90대면 ‘똥메달’이라나.

지금까지 장수한 사람보다는 단명 또는 요절한 사람이 더 많다. 과학의 발전으로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지만 요즘도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상수(上壽)라고 하는 120세를 넘긴 사람을 못 보았다. 고금의 의사 약사는 물론 명산에서 평생 동안 수행한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수명은 과연 정해져 있는 것일까? 운명 학(運命學)의 기준에서 보면 사람의 수명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운명학에서는 지구를 비롯한 천체의 자전과 공전의 법칙이 인간의 수명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수도나 기도를 해도 수명은 늘어나지 않는다. 인간의 수명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은 옛 성인의 말씀과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공자님께서는 “죽고 사는 것은 명(命)에 있다(子曰, 死生有命)”라고 말씀하셨으며, 맹자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도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며, 그를 부르지 않았는데도 이르게 하는 것은 하늘의 명령(命) 즉, 운명이다(孟子曰…莫之爲而爲者, 天也, 莫之致而至者, 命也)”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열자(列子)께서는 “요절을 원망하는 사람은 하늘의 명령(命)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列子曰, 怨夭折者不知命者也)”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사람의 수명은 출생과 동시에 정해진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 말씀들이 아닐까 한다. 평생 수도 또는 기도를 열심히 해도 단명할 운명을 받은 사람은 장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마도 수도나 기도 등을 통해 타고난 수명을 바꿀 수 있다면 명산에서 오랜 세월 수행한 사람들은 모두가 장수했을 것이다.

고대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는 영생을 위해서 아방궁을 짓고 불로초를 구했건만 49세 젊은 나이로 죽음을 맞았다. 천리(天理)를 어기지 않은 공자님께서는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지셨으며, 고대 중국 최고의 의사였던 화타(華陀)는 조조(曹操)의 노여움을 사 감옥으로 압송되던 중에 죽음을 맞았다. 공자님은 시공을 초월해 성인으로 추앙받고 화타 역시 의성(醫聖)의 반열에 올랐지만 장수는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늙어 죽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는 얘기다. 아마도 사람의 지혜와 노력 또는 의술 등으로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것이라면 진시황제는 영생을 누리고, 공자님 역시 수백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상수(上壽)인 120세는 누렸을 것이며, 화타 또한 비명횡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계절을 막을 수 없듯이 사람이 늙고 병들어 죽는 것 또한 막지 못한다. 올 때가 되면 부르지 않아도 저승사자가 오고, 떠날 때가 되면 붙잡아도 그가 떠나기 마련이다. 거북이는 오래 살고 하루살이는 하루밖에 살지 못한다. 인간의 수명은 진리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 그 누구도 어기지 못한다.

따라서 천명을 아는 사람은 장수해도 특별히 기뻐하지 않고, 죽음이 닥쳐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에게 부여된 재능을 계발하고 주어진 사명감을 즐길 뿐이다. 그러나 주어진 천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인 6500명을 대상으로 9년간의 추적조사에서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흡연, 음주, 일하는 스타일, 사회적 지위, 경제 상황, 인간관계 등에 이르기까지 조사한 끝에 의외의 사실이 밝혀졌다. 담배나 술은 수명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이색적인 결과가 나왔다. 일하는 스타일, 사회적 지위, 경제 상황,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다.

오랜 조사 끝에 마침내 밝혀낸 장수하는 사람들의 단 하나의 공통점은 놀랍게도 ‘친구의 수’였다. 즉, 친구의 수가 적을수록 쉽게 병에 걸리고 일찍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이 많고 그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스트레스가 줄며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하였다는 것이다.

친구란 환경이 좋든 나쁘든 늘 함께 있었으면 하는 사람을 말한다. 친구란 문제가 생겼을 때 저절로 상담하고 싶어지는 사람이다. 그리고 친구란 좋은 소식을 들으면 제일 먼저 알리고 싶은 사람이다. 친구는 다른 사람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일도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다. 친구란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때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다.

친구란 내가 쓰러져 있을 때 곁에서 무릎 꿇어 일으켜 주는 사람이다. 내가 슬플 때 기대어서 울 수 있는 어깨를 가진 사람이다. 또한 내가 울고 있을 때 그의 얼굴에도 몇 가닥의 눈물이 보이는 사람이다. 친구란 내가 실수했다 하더라도 조금도 언짢은 표정을 짓지 않는 사람이다. 친구는 필요에 따라서 언제나 진실된 충고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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