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 자사주 매입 왜 활발할까
매입액 상위 10개 중 6개…”경영권 승계와 관련”
[아시아엔=차기태 기자] 지난해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금액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불어났다. 특히 매입액 기준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삼성 계열사가 6개로, 다른 그룹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자사주 취득액은 5조3569억원으로 2013년(1조496억원)과 비교해 3.8배 급증했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액이 2조4459억원(46%)으로 가장 많았다. SK(8533억원)와 현대차(4598억원)가 각각 2, 3위에 올랐다.
삼성화재(4155억원), 삼성중공업(3152억원), 네이버(2482억원), 기아차(2200억원), 삼성생명(2103억원), 삼성증권(1048억원), 제일기획(923억원)이 뒤를 이었다.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의 매입액만 3조5840억원으로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김기준 의원은 “삼성 계열사들은 자사주 매입 이유를 주주 가치 제고라고 밝혔지만 실제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며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보다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깊다”고 풀이했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삼성전자가 분할하면 삼성전자 자사주(12.2%)의 의결권은 부활한다. 분할 후 자사주를 보유한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최대주주가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3.38%)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0.57%)의 지분율을 훨씬 웃돈다.
김 의원은 “자사주를 통해 분할한 후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커지면 주식교환 방식의 유상증자나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대차나 SK도 취약한 지배구조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근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벌 3세들이 회사 돈으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회사가 분할하면 자사주를 처분하도록 하거나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