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한국에서 존경받는 교육자는 누구?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도상(師道像)을 정립하기 위해 교육부와 한국교원단체연합회가 공동으로 선정해 발표하는 ‘이달의 스승’에, 3월에는 일제강점기 대성학교와 휘문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민족정신을 일깨운 백농 최규동 선생이 선정됐다. 4월에는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 채영신의 실제 모델로 농촌의 청소년 교육과 농촌 계몽에 힘쓴 최용신, 5월에는 아동 존중사상을 근간으로 새교육운동을 추진하고 문교부 장관을 지낸 오천석, 6월에는 간도의 한국인 이주공동체인 명동촌을 개척하고 윤동주, 나운규 등을 길러낸 김약연, 7월에는 양정고보에서 민족주의 역사교육을 통해 독립정신을 심어준 김교신, 8월에는 오산학교장을 지낸 조만식, 9월에는 독립협회에서 활약한 교육자이자 언론인 남궁억. 10월에는 국어학자로 이화학당, 배재학당에서 우리말을 연구하고 가르친 주시경, 11월에는 신민회 흥사단 등을 주도하고, 미국에서 교포교육에 앞장선 안창호, 12월에는 평양 대성학교에서 국사교육을 통해 민족정신을 고취한 황의돈이 각각 선정됐다. 이어 내년 1월에는 정신여중과 광주 수피아여중고 교장을 지낸 김필례, 2월에는 만주에서 동창학교를 설립한 이시열 선생이 ‘이달의 스승’으로 기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분들과 더불어 서울고, 경기고 교장을 지낸 김원규, 광주고, 광주일고 교장을 지낸 장준한, 제물포고교 교장을 지낸 길영희 선생 등도 이 반열에 들만하다고 생각한다.
초대 부통령 인촌 김성수는 ‘민족의 자립자강(自立自强)에 힘쓴 거인‘이었다. 일제의 신민으로 살아야 했던 시대, 나라를 잃어도 민족은 남아 있으니 누군가는 나서서 핍박받는 민족을 거두어야 했다. 인촌은 전북 부안의 간척지 개발로 모은 자산을 바탕으로 경상방직, 동아일보, 중앙고보, 보성전문 등에서 근대산업과 교육·언론·문화적 역량을 배양하여 나라와 겨레의 미래를 준비하였다. 송진우, 백관수, 장덕수 등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인촌의 주위에 모여들었고, 이들이 후일 건국의 주춧돌이 되었다. 정통보수야당의 뿌리인 한민당은 호남을 바탕으로 이러한 맥락위에 서있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이승만의 외교, 중국과 만주에서 임시정부의 항일무장투쟁이 독립운동의 두 큰 흐름이었다면 인촌이 이들 인재를 기르고 보존한 것도 중요한 흐름이었다. 교육과 문화운동을 통해 장래를 기약하는 현실적 방안을 택한 것이다. 유진오 박사는 인촌의 애국사상을 ‘경세적(經世的) 애국’이라고 정의하며 “인촌의 경세적 애국이야말로 그 뿌리가 깊고 영향이 길게 미치는 점에 있어서 그 어떤 애국보다도 실속 있는 애국”이라고 설파하였다. 대한민국 건국사는 이 세 줄기의 독립운동을 통일적으로 평가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인촌기념회에서 주최한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를 주제로 한 심포지움’에서 “정권에서 독립된 교육위원회를 만들어 백년대계를 세우자”는 제안이 있었다. “현대사회에 요구되는 교육적 인간상은 절제와 용기와 지혜의 덕을 조화롭게 갖춘 멋있는 사람”이며, “사람마다의 특성에 맞춰 이런 덕목을 발현할 수 있도록 교육적 인간상을 정립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전통적이고 수직적인 학습 패러다임을 학습자가 주체가 되어 共感, 共有, 共生할 수 있는 ‘수평적 학습력’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깊이 새겨시켜 볼만한 명제들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민에 대한 메시지도 이처럼 심중에 울리는 것이어야 한다. 참으로,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