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실종보다 IS 가담에 수사 초점
[아시아엔=편집국] 터키에서 지난 10일 종적을 감춘 김모(18)군이 투숙한 칼리스시의 메르투르(Mer-Tur) 호텔 직원은 김군이 수니파 원리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밀입국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18일 보도했다.
이 직원은 “김군은 매우 불안 해보였고 10일 아침에 나갈 때 하얀 마스크를 쓰고 백팩을 메고 나갔다”며 “아마 IS에 가입하려고 핫산이란 친구와 시리아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군이 아침도 먹지 않고 나갔다”면서 “김군과 같은 방에 투숙한 A(45)씨가 김군이 시리아로 간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추정의 이유로 “김군이 사라진 이후에도 A씨는 사흘 동안 오전에 30분 정도만 외출했을 뿐 계속 방에 머물렀고 A씨가 ‘김군이 핫산을 만나러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당신 친구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슬퍼하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겠냐”면서 “그렇지만 A씨는 김군을 찾으려 하지도 않았고, 전혀 긴장도 안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주터키 대사관 관계자가 “A씨는 김군이 사라지고 대사관에 신고하기 전까지 혼자서 찾으러 다녔다고 말했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다. 이 직원은 또 “A씨가 ‘김군이 사라지기 전에 핫산과 통화한 것을 들었다’고 말해줘서 핫산이란 이름을 알게 됐다”며 터키경찰이 CCTV 자료를 가져갔다”고 전했다.
그는 “A씨에게 ‘당신 친구는 어디로 갔느냐’고 묻자 그는 ‘모르겠다’고 말하고 ‘김군이 전화통화할 때 핫산이란 이름을 들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특히 “지난 11일 A씨에게 ‘원하면 경찰이 조사하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했으나 A씨가 거부했으며 이튿날 주터키 대사관에 연락했다”며 “A씨가 사전에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이 직원은 “A씨에게 들은 바로는 김군이 사라지기 전 70리라(약 3만3천원)와 여권만 갖고 나갔는데, 사라진지 8일이 지나도 찾지 못했다면 시리아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킬리스에는 아시아 관광객이 거의 안 오고 김군은 머리가 상당히 길고 마른 체형에 상당히 불안해하는 표정이어서 뚜렷이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그는 “킬리스에서 IS에 가담하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는 사례를 많이 들었다”며 “국경과 가깝기 때문에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터키의 다른 주에서 온다”고 전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중인 한국과 터키 수사당국은 김군의 소재파악과 함께 1)이슬람국가(IS)에 납치돼 인질로 잡혀 있을 가능성 2)10대인 김군이 IS에 가담했을 가능성 3)이 경우 중간에 개입한 사람 또는 단체 4)보호자격인 45세 남성의 역할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터키 일간 <밀리예트>는 17일 “18살 한국인 남성이 시리아로 넘어가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IS에 가담했다”고 최초로 보도했다. 밀리예트는 “터키 경찰이 이 남성과 함께 IS를 탈출하다 검거된 다른 30세 한국인 남성을 조사한 결과 ‘18살 한국 남성이 IS에 잡혀있다’는 사실을 자백받았다”고 보도했다. 밀리예트는 “터키 경찰이 30세 남성의 컴퓨터를 조사하여 그가 터키 입국 전 IS쪽과 관련있는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이 보도한 18살 남성은 서울 금천구 거주 김모군,?30대 남성은 A씨(실제는 45살)로 이들은 함께 지난 8일 터키에 입국했으며, 10일 시리아 국경에 인접한 킬리스에서 투숙했던 호텔을 나선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김군은 실종 당일 킬리스 시내의 메르-투르 호텔에서 가방과 소지품을 챙겨서 동행한 A씨 몰래 호텔을 떠났다.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IS는 최근 이메일이나 SNS 등을 이용해 서방국 젊은이들을 포섭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군의 행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밀리예트는 소식통을 인용해 “김군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불법입국했다”며 “터키 당국이 한국 측으로부터 김군의 컴퓨터에서 IS 조직원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밀리예트 보도대로 김군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넘어갔다면 김군이 다시 터키로 넘어오거나, IS가 김군의 가담을 선전용으로 활용하지 않는 한 이를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김군이 종적을 감춘 킬리스시(Kilis)는 터키 중남부 도시로 면적 15㎢, 인구 8만5천명의 도시다. 킬리스 주의 주도이며 시 남쪽으로 5k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시리아 국경과 접하고 있다. 1996년 이전까지는 가지안테프 주의 일부였지만 1995년 총선에서 승리한 탄수 칠레르가 킬리스 주를 신설하면서 주도가 되었다.
터키에선 최근 이스탄불에서 IS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자폭테러 발생과 프랑스 파리 인질극 테러범의 동거녀가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넘어간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국경지역에서 외국인 감시와 테러 경계를 강화했다.
IS의 주요 거점의 하나인 가지안테프와 시리아 접경 지역에 있는 호텔은 지난해부터 외국인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며 투숙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고 있어 김군 일행의 투숙허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킬리스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북부 지역은 이슬람주의 반군인 이슬람전선과 IS, 알카에다 연계 반군인 알누스라전선 등이 장악한 지역이다. 시리아 국경에서 10㎞까지는 적색 여행경보 지역으로 우리 국민이 출입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구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