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 칼럼] 한일해저터널, 양국관계개선·통일준비 ‘일거양득’

정홍원 국무총리가 독도에 입도지원시설 건립 계획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 결정과정에 대해 사과했다. 각료 중에 독도에 가본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윤병세 외무부장관은 시설건설 중에 해양오염이 될 수 있다고 반대하였다고 한다. 일본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인데, 그런 희한한 논리를 개발한 일본 외무성도 놀랍거니와 이를 원용하여 부처간 협의에서 반대하였다는 외무부장관이나 이 방향으로 결론을 유도한 낸 총리나 어지간하다.현재 한일간은 정상회담도 못 열리는 정황에 있는데 우리의 동맹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일본과 이런 냉각상태가 오래 가는 것은 상호 이로울 것이 없다.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두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 나가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를 발휘해 보자.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 또 일본인들의 한국 기휘(忌諱)를 풀기 위한 획기적 방법으로 대한해협에 한일해저터널을 건설하자.

일본인들의 혐한감정은 골이 깊다. 아베류의 고약한 짓거리가 아니더라도 일본인이 한국인을 싫어하는 정서는 뿌리가 깊다. 영국과 프랑스, 프랑스와 독일처럼 인접국가 국민들이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는 어렵다. 역사의 굴곡에서 서로 부딪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화해(rapprochement)를 이룬 것은 어떻게 가능하였는가? EU는 2차대전 후 미국과 소련의 틈바구니에서 유럽의 자존을 지켜나가기 위한 역사적 필연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역시 드골과 아데나워라는 거인이 있었다.

당분간은 한일 지도자간에 드골과 아데나워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보다는 양국 국민간의 대화와 협력이 정치권을 추동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한국이 먼저 손을 내밀어 일본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한일해저터널 건설을 먼저 제안하는 것이다. 뜻하지 않은 제안에 일본인들은 감동할 것이다. 2차대전에 일본이 항복하자 장개석은 중국내 일본인이 해를 입지 않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은보원(以恩報怨)의 도량이다. 어육(魚肉)이 될 것을 각오하였던 일본인들은 감읍하며 돌아갔다. 우리도 일본에 이런 도량을 보여주자.

한일해저터널 연결은 우리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해도에서 교토, 대마도를 거쳐 부산으로, 평양과 심양으로, 하르빈을 거쳐 이르쿠츠크로, 우랄산맥을 넘어 파리, 에딘버러까지 연결되는 실크로드로 우리의 무대는 한없이 넓어진다. 일본인은 한국을 거치면서 설악산, 금강산에 감격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의 국력으로 보아 재정과 기술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 남북연결이 어렵다면 동해에서 러시아로 가는 해상루트를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해저터널이 완공될 때쯤이면 남북까지 연결하는 실트로드의 완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를 묶는 경제협력 즉, ‘밑에서 위로’(bottom up) 가는 방법이 남북한 긴장완화 등 안보문제를 푸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11월9일은 바로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날이다.

한국인이 제안하는 한일해저터널 건설은 일본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업이다. 일본인들의 고립된 섬나라 근성은 좀처럼 고치기 어렵다. 한일해저터널을 통하여 일본, 인도, 동아시아를 거쳐 세계에 연결되는 숨통을 틔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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