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중국대사 “북한 ICC회부 반대
FP와 인터뷰서…”내정간섭해서는 안돼”
[아시아엔] 중국의 대북 압박을 종용해온 미국에 공개적 반기를 들었던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가 이번에는 북한의 인권실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움직임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추이 대사는 4일(현지시간)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어떤 나라도 북한의 내정(domestic affairs)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 인권문제를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유럽연합(EU)과 일본 주도의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초안에 반대한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해외에 주재하는 공관장이 직접 나서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다.
추이 대사는 “미국이 자신의 견해를 가질 수는 있으나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북한 인민들의 결정에 달린 것”이라며 “ICC이건 다른 곳이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면 그것이 도움이 되거나 건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한반도정책에 대해 “첫째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둘째 평화와 안정, 셋째 협상과 대화를 통한 문제의 해결”이라고 강조하고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와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추이 대사는 지난 4월 미국 평화연구소 강연에서 미국이 중국에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도록 압박을 가하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대해 “미국이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이 대사는 또 중국의 지도부가 선거에 의해 선출되지 않아 일반 국민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중국에서는 어느 마을에서 올라온 아무개가 하루아침에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오히려 미국의 선거제도를 비판했다.
추이 대사는 “미국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라도 높은 직위에 출마할 수 있다”며 “모든 언론을 이용하고 슈퍼 팩(PAC·정치활동위원회)을 통해 돈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추이 대사는 그러나 “중국의 지도부 선출 과정은 미국보다 훨씬 더 어렵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시간이 몹시 오래 걸린다”며 “항상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P는 중국 고위외교관이 미국 선거체제를 공개 비판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패권을 확장하고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이 대사는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미국의 개인들과 그룹들이 관련돼있는 것으로 본다”며 “그들은 매우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들은 아마도 부인할지 모르지만, 그들이 분명한 양심을 갖고 부인할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추이 대사는 ‘미국 국무부를 지칭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국무부가 (시위 관여를) 부인한 공식 성명을 봤지만, 우리가 그것을 진정으로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FP는 추이 대사가 중국이 미국 국무부가 홍콩시위에 관여됐다고 믿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추이 대사는 “지금 홍콩의 문제는 민주주의의 문제가 아니며 법치의 문제”라며 “시위로 인해 시민들의 일상사와 사회질서가 붕괴되고 있다”고 시위대를 비판했다.
그는 지난 5월 미국 검찰이 중국 장교 5명을 사이버 스파이 혐의로 기소한 이후 중국이 미국과 진행하던 사이버안보 실무그룹 회의를 중단한 데 대해 “미국이 기본적으로 협상테이블을 파괴했다”며 “미국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 기자들의 상주 특파원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해당 언론사들이 진정한 변화를 보고 싶다면 스스로 해야할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 두 언론사의 보도 방향에 불만이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추이 대사의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당일 오전 존 케리 국무장관은 중국 출국에 앞서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자리에 앉은 추이 대사를 지칭하며 “SAIS의 성공한 동문 중의 하나”라고 칭찬했다.
케리 장관은 그러면서 추이 대사가 미·중관계를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민감하고,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가장 복잡하며, 가장 유망하면서도 가장 도전적인 관계”라고 표현한 것을 거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