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실적 부진·신용등급 하락·파업 ‘삼중고’
[아시아엔=진용준 기자] 조선업계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이 지속적인 실적악화와 파업 위기 속에 창사이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3분기에도 시장기대치에 밑도는 실적이 전망되고, 노조는 20년만에 합법적인 파업을 벌일 태세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한 13조4420억원, 영업손실은 172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달초 증권사 컨센서스로는 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손실이 532억원으로 추정됐었다.
그러나 대신증권은 지난 24일 보고서를 통해 “영업손실과 지배주주 순손실 각각 1720억원, 1300억원으로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3분기 실적 부진은 조선·육상플랜트의 적자가 지속되고 정제마진 하락으로 인해 정유부문의 수익성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에 1조10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1973년 창립 이래 최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또 지난 18일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A+(하향검토대상)’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또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25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신청한 쟁의행위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노조는 전체 조합원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했으나 단 1건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측은 현재 호봉승급분 포함해 3만7000원 임금인상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18만2000원 인상으로 맞서고 있다.
업계는 파업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현대중공업의 적잖은 생산차질을 예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고경영진을 교체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이재성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해 10월 책임경영 체제 강화의 일환으로 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위기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임기 1년을 앞두고 지난 15일 상담역으로 물러났다.
현대중공업은 또 지난 14일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에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임명했다. 지난 8월 최길선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을 영입한 후 한 달 만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현대중공업은 8월 취임한 최길선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과 권오갑·김외현 사장이 함께 경영을 이끌어 나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어닝 쇼크로 회사가 큰 충격을 입었다”며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고, 부실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는 지속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