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중국 때문에 위험한가
중국 성장 둔화와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먹구름’
저성장 우려 속 경쟁력 강화로 한국 제조업에 ‘부정적’
[아시아엔=강준호 기자] 중국의 성장둔화와 그림자 금융의 위험성 등 중국경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최근 점차 커지고 있다. 아직 가시화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우려와 전망은 여러 경제전문가와 예측기관들에 의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각별히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은행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통화정책 긴축기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환율 및 금리 변동성 확대 등으로 자산건전성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저금리 장기화와 심화되는 경쟁이 대출 마진을 압박하고 현재 건전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수익성도 저해할 것이라는 예상오 제기된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이 지난달 29일 국제금융센터 주최 세미나에서 제시한 분석에 따르면 아태지역은 예상보다 급격한 중국의 경제 둔화와 양적완화 종료로 인한 시장의 혼란, 부동산 가격 상승 및 급락, 일본의 정책기조 전환 등의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중국과 한국, 인도, 일본 등은 몇몇 업종의 공급과잉과 같은 구조적 문제까지 안고 있다.
말레이시아, 태국, 한국, 싱가포르 등은 높은 가계부채 때문에 경제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고,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은 높은 부동산 가격이 취약점이다.
리테쉬 마헤시와라 아태지역 금융기관 신용평가 총괄 전무는 “자본적정성, 유동성, 정부지원이 아태지역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지지하는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며 “현재 아태지역 은행 중 68%의 등급전망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S&P는 일본과 인도 은행의 등급전망을 해당 정부신용등급의 부정적 등급전망을 반영해 ‘부정적’으로 조정했고, 말레이시아 은행들의 등급전망도 경제뷸균형 심화를 반영해 지난해 11월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중국 그림자금융, 금융권 안정 저해할 가능성 낮다
중국 은행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인 그림자금융의 경우 규모는 크지만 금융권의 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아직은 낮다는 진단이다.
다만 은행권에 부채축소(디레버리징)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잠재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S&P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S&P 분석에 의하면 중국 은행들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압박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자산수익률은 1.2~1.3%에서 1% 수준으로 하락하고 부실채권(NPL) 비율 상승, 자금조달비용 상승으로 인해 순이자마진(NIM)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은행산업 신용프로파일과 정부의 실용주의적 정책기조에 힘입어 당분간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운용 자산 편중비중을 재조정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신용리스크도 과소평가하게 만들어 의도치 않은 정보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이 커지고 중국 은행의 불안정한 컴플라이언스 문화와 규제 효율성을 더욱 저해할 수도 있다.
한국 은행산업, 구조적 문제로 신용도 압박
S&P는 한국 은행산업도 구조적 문제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신용도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기관의 진단에 따르면 한국 은행산업은 최근 몇 년간 수익성이 약화되면서 신용비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력이 감소했고 앞으로 몇 년동안 NIM에 대한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제 전망이 좋아지고 금리인하 및 주택담보댗출 규제 완화로 인해 신용비용이 단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잠재적인 신용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138%를 기록하는 등 가계부채가 한국 은행산업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S&P는 한국 은행산업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향후 1~2년간 S&P의 기본 시나리오에 따라 대출증가 속도(연 평균 7~8%)가 완만히 나타나는 가운데 현 수준의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고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신용비용은 세계 및 국내 경제의 완만한 회복과 은행들의 대출심사기준 강화 등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은행들의외화자금조달이나 유동성의 잠재적인 스트레스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개선되고 정부가 은행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도 확보돼 있다.
다만 한국 경제의 자본시장이 개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화자금조달 리스크는 완전히 사라지기 어려울 듯하다.
한국 기업, 중국시장 의존도 심화 따른 위험 증가
S&P는 한국 경제가 중국 시장 의존도 심화로 인한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우 지난 2005년 이전 세계판매량의 10분의 1에서 현재 4분의 1로 크게 증가했다.
석탄, 석유 철강 등 원자재뿐만 아니라 자동차·전자제품 같은 제조업에 있어서도 전세계 수요증가의 40~100%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7% 초반대로 과거보다는 저성장할 것으로 S&P는 보고 있다.
중국의 저성장은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원자재산업뿐 아니라 제조업에 대한 수요 역시 감소시켜 매출 및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주요기업의 지난해 총매출 대비 중국매출 비중은 2012년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
LG화학은 42%에서 44%로 2%포인트 증가했으며 삼성전자(14%→18%)도 4%포인트 늘어났다. 포스코(8%→10%) 역시 2%포인트 상승했다.
중국의 저성장뿐 아니라 중국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것도 한국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권재민 아태지역 기업 신용평가 총괄 전무는 “중국기업이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국기업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이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국기업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