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시린 에바디 이란 변호사 특별기고] 21세기 평화의 정의는?
[아시아엔=시린 에바디 이란변호사, 2003 노벨평화상 수상자] 세계평화가 위협받고 있다.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 공공기관, 국제기구들이 세계평화를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전쟁 없는 세상이 평화를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이런 정의는 몇 세기 전까진 통용됐지만, 21세기에 와서 평화의 ‘정의’는 달라졌다. 한 남자가 전장에서 죽거나 혹은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죽으나 매한가지다. 한 남자가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해 수년간 투옥되거나 적대국에 붙잡혀 수감돼도 자유를 잃은 것은 똑같다. 그러므로 평화는 “사람이 존중 받으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이라 정의돼야 한다. 한 사회의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선 민주주의와 사회정의가 실현돼야 한다. 이 두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평화를 맞이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인권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선거로 권력을 잡은 여당은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하며, 선거에서 이겼다고 여당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을 억압해선 안 된다. 인권을 논할 때, 인구의 반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도 안 된다. 이란의 예를 보자. 이란 국민의 절대다수는 1979년 4월 ‘이슬람 혁명’에 찬성표를 던졌고, 의회는 다수여당에 의해 구성됐다. 즉, 쿠데타가 아닌 이란 국민 대부분의 지지를 받는 공화국이 탄생했다. 그러나 정부는 집권 초부터 인권을 무시했고, 여성차별법안을 통과시키며 정통성을 상실했다. 예를 들면 법정진술에서 여성 목격자 두 명은 한 명의 남성 목격자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사고 당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아도 여성이 수령하는 금액은 남성의 반액이다. 여성의 가치는 남성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란 남성은 네 명의 부인과 혼인이 가능하고, 그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이혼할 수 있다. 지난 6월20일 이란과 이탈리아의 배구경기에서 이란 여성들은 남자 선수들이 반바지를 입었단 이유로 경기장 입장을 거부당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평화의 또 다른 필수조건은 ‘사회정의’다. 계층격차가 심한 사회는 평화로울 수 없다. 상류층이 부패와 강탈로 얻은 부는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 지배층이 시민들을 굶주리게 만들고 권리를 침해했기에 시민들은 이에 반기를 들었다. ‘아랍의 봄’은 혁명의 원인이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부재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만약 카다피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했다면, 사회는 평화로웠을 것이며 리비아 또한 폭력으로 얼룩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안정을 추구하는 정권은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부를 평등하게 분배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는 정권은 민중의 분노에 직면할 것이다. 번역 안정은 김란향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