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해외로 팔리면 어쩌나
법정관리 신청…기사회생 여부 주목
팬택이 끝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팬택은 12일 회생절차 신청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 서울 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팬택은 이동통신 3사와 대리점 등에 ‘기업회생 절차 안내문’을 보내 이번 조치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팬택 이준우 대표는 이 안내문에서 “지난 7월24일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채권 1530억원의 2년 상환유예 요청에 대해 최종 동의하였고, 채권단 또한 출자전환을 포함한 정상화 방안이 가결되어 본격적인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 공급 재개 협의가 진전되고 있지 못해 추가적인 매츨이 발생하지 않아 더 이상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모든 역량을 모아 분골쇄신의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면서 “기업회생 과정 중에서도 팬택 제품을 사용하시는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팬택이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법원은 팬택의 기업가치 등을 고려해 법정관리를 받아들일지를 결정하게 된다.
팬택은 채권단 실사에서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법원은 팬택의 법정관리인을 지정하게 된다. 팬택의 법정관리가 경영진의 비위 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므로 법정관리인은 이준우 팬택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팬택은 앞서 협력업체에 지급했어야 할 전자채권 360억원이 연체중인데다 11일 만기가 돌아온 전자채권 200억원가량까지 결제하 못함에 따라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팬택은 이런 상황을 막고자 이달 초부터 이동통신사들에 스마트폰 추가 구매를 요청했지만, 이통사들은 현재 남은 팬택 제품 재고가 많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지난 1991년 당시 맥슨전자 영업사원 출신이던 박병엽 전 부회장이 직원 6명과 자본금 4천만원으로 설립한 팬택은 현대큐리텔과 SK텔레텍을 인수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샐러리맨 신화’로 불렸지만, 2007∼2011년 자금악화 등으로 첫 워크아웃에 들어간데 이어 올해 3월 이후 2차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팬택은 앞서 채권단 실사에서 계속 기업가치(3824억원)가 청산가치(1895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법정관리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는 법정관리를 통해 팬택이 회생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팬택은 지난해 창업주 박병엽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부터 인력감축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속해 왔다. 올해 초 2차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부터는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회사를 살리고자 하는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이통사 순차 영업정지가 상반기 내내 계속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통사들이 팬택 채권의 출자전환은 거부하면서도 대신 상환유예를 택함에 따라 팬택은 ‘벼랑끝’에서 살아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이통사가 중심이 돼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한국의 시장 여건상 법정관리에 들어간 팬택이 설 자리가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통사가 앞으로도 계속 협조해 주지 않으면 팬택제품의 ‘출구’가 막히게 된다. 따라서 앞날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팬택이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인 만큼 해외에 기업이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세계 2대 휴대전화 시장인 인도에서 삼성전자를 꺾고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마이크로맥스는 앞서 실제로 팬택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이 팬택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나 인도의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내수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제품 판매량을 늘리면서 거대해졌지만, 스마트폰 기술력은 아직 국내 업체와 상당한 격차가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이 팬택을 인수해 단번에 기술력과 노하우를 얻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런 관측대로 팬택이 해외 기업에 매각되면 국내 스마트폰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도 있다고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