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청문회 특별법 ‘침몰’ 위기

재보선 승리 새누리 강경자세…새정치는 힘빠져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와 특별법 제정이 7/30재보선의 영향으로 ‘침몰’ 위기에 몰렸다.

7·30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새누리당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의 강도를 높여가는 반면 패배후폭풍에 휘말린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선 여당을 압박할 힘이 빠져 버렸다. 이 때문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양보하지 않는 한 원만한 청문회와 특별법 제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의 협상 결렬로 8월초 청문회 개최는 사실상 무산됐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여야 간사는 3일에도 청문회 증인 문제를 더 이상 논의하지 않았다.

지난 1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 비서관, 유정복 인천시장(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청문회 출석 문제를 둘러싼 의견차이로 갈라선 이후 여야의 접촉은 현재 사실상 끊어진 상태이다.

애초 4∼5일과 7∼8일로 잡혀 있던 청문회는 예정대로 열리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이고 이달중 개최조차 불확실하다.

여야는 일단 협상은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새누리당은 야당의 요구를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거부할 자세를 굳히고 있고, 새정치연합도 반드시 출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단 증인 협상만 마무리되면 청문회 일정은 다시 정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여야 합의로 청문회 일정을 잡아도 무방하다는 주장이다. 절차 문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은 아예 중단된 가운데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각당 정책위의장과 특별법 태스크포스 간사로 구성된 ‘2+2’ 회동을 통해 진상조사위원회에 특검 추천권을 부여하는 문제 등 핵심 쟁점을 제외하곤 대부분 항목에서 의견 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특검 추천권을 놓고 새정치연합에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타협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은 특검 추천권을 거론하는 자체가 기존 사법 체계에 위배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협상의 한 축인 새누리당에선 재보선을 전후로 상황이 바뀐 만큼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논의 자체를 사실상 전면 부인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도 “이번 재보선에서 확인된 민심은 야당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다니지 말라는 것”이라며 세월호특별법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재보선 이전과 이후 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사실상 원점에서 모든 논의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내부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새정치연합은 여당이 7·30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로 진실규명 자체를 막으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피해자지원특위’를 구성한 것을 놓고도 선거 전에는 야당의 피해자 지원방안을 문제삼더니, 이제는 피해보상을 부각시켜 진실 규명에서 손을 떼려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새정치연합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정국을 풀기 위해선 결국 여야 원내대표의 결단이 불가피하다며, 새누리당의 양보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재보선 승리를 계기로 전반적으로 강경해진 여당의 태도를 미뤄볼 때 야당의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새정치연합은 승리한 여당이 양보할 것을 희망하고 있지만 지금의 분위기로서는 희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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