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모든 꿈을 접는다”
정계은퇴 전격 선언…야권 대선구도 ‘흔들’
7·30 경기 수원 병(팔달) 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정계를 전격적으로 은퇴했다.
손 고문은 3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정치를 그만둔다”면서 “저는 이번 7·30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에서는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이라며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저의 생활 철학이다.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책임 정치의 자세에서 그렇고, 민주당(새정치연합)과 한국 정치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고 밝혔다.
손 고문은 또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세상 모두가 소외받지 않고 나누는 세상, 그런 세상 만들려 했던 저의 꿈 이제 접는다”면서 “오늘 이 시간부터 시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생활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손 고문은 이날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당 소속 의원 및 측근 10여명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수원 병 선거패배와 관련, 정치권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왔던 손 고문이 정계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야권의 차기 대권경쟁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또 한 명의 야권내 대권주자인 김두관 상임고문도 이번 경기 김포 보궐선거에서 패배, 정치적 재기에 실패했다.
이날 오전에는 야권내 차기 대권주자로 지난 3월 창당 이후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을 이끌어왔던 안철수 공동대표가 7·30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올해 67세인 손 고문은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시절인 지난 1993년 정치권에 입문,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에서 민자당 후보로 당선된 뒤 15·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김영삼정부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했다.
지난 2002년 6월 경기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돼 4년 임기를 마치고 대권도전을 모색,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과 3각 경쟁을 벌이던 중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2007년 17대 대선과 2012년 18대 대선 때 잇따라 대권경쟁에 나섰으나 당내 경선에서 정동영, 문재인 후보에게 연이어 패했다.
이후 2013년 1월부터 9월까지 독일에서 연수하고 귀국한 뒤 정치적 재기를 위해 지난 7·30 수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정치 신인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게 패하자 이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다음은 손학규 상임고문의 정계은퇴 선언 전문이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손학규입니다. 저는 오늘 정치를 떠난다. 손학규가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겠습니까만 그동안 저와 함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한 동지들, 어려운 상황마다 도움을 주셨던 지지자 여러분, 그리고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셨던 국민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고 떠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서 이 자리에 섰다.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오랜 신념이다. 저는 이번 730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 저 자신의 정치력 역할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민주당을 비롯한 한국정치의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여망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1993년 정치에 입문한 이래 분에 넘치는 국민의 사랑과 기대를 받았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시베리아 땅으로 나선 이래 민주당과 함께 한 저의 정치역정은 순탄치는 않았지만 보람 있는 여정이었다. 민주당에 대한 새정치국민회의에 대한 저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고백한다.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이다.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 또한 저의 생활철학이다.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책임정치의 자세에서 그렇고 민주당과 한국정치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
국민여러분께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세상, 모두 함께 일하고 일한만큼 모두가 소외받지 않고 나누는 세상,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려 했던 제 꿈을 이제 접는다. 능력도 안 되면서 짊어지고 가려 했던 모든 짐들을 이제 내려놓는다. 그동안 정치생활을 통해 얻었던 보람은 고이 간직하고 아쉬움은 뒤로 하고 떠나려 한다.
오늘 이 시간부터 시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살아가겠다.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또 노력하는 국민의 한사람이 되겠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