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입찰’짬짜미’ 최대 과징금
호남고속철 담합업체에 과징금 4355억원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대형 건설사들에 4천억원대의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들 건설사에는 국내 주요사들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과징금 4355억원을 부과하고 건설사 법인과 주요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발표했다.
4355억원의 과징금은 역대 전체 담합사건 중 두 번째로 큰 금액이고, 역대 건설업계 담합사건 중에서는 가장 많은 것이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는 길이 184.5㎞의 철도망을 구축하는 공사로, 사업비는 8조3500억원에 달한다. 2006년부터 추진돼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입찰담합 규모는 3조5980억원에 이른다.
공사는 19개(최저가낙찰제 13개+대안·턴키 6개) 공구로 나눠서 발주됐다.
이중 최저가낙찰제 13개 공구에서 공구분할과 들러리에 합의한 28개사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3479억원이 부과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건설업계 ‘빅7′(현대·대우·SK·GS건설·삼성물산·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은 2009년 6월 호남고속철도 노반 신설공사 13개 공구 공사에 대해 전체 공구를 분할해 낙찰받기로 계획했다.
이어 빅7를 포함한 21개사는 각 공구별로 낙찰 예정자를 정하고 그 밖의 입찰 참가자들은 들러리를 서주기로 합의한 뒤 실행에 옮겼다.
나머지 7개사(포스코건설·두산중공업 등)는 공구 분할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들러리를 서줬다.
대안 방식으로 발주한 3개 공구, 턴키 방식으로 발주한 차량기지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11개사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876억원이 내려졌다.
이 방식의 입찰에선 현대건설이 동부건설에 들러리 입찰 참여를 제의하고, 동부건설이 이에 부응해 회사 기밀인 실행률, 투찰방침 등을 알려줘 현대건설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돕는 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에서도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담합이 자행됐다”며 “공정위는 앞으로 국가 재정에 피해를 주는 공공 입찰담합 감시를 강화해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건설업계는 지난 23일 ‘건설공사 입찰담합 근절 및 경영위기 극복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지금까지의 불공정 행위를 반성하면서 중복된 제재로 경영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