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외환은행 조기통합 ‘군불때기’
김정태 회장 “통합논의 할 때 왔다”
[아시아엔 안정은 기자]하나금융그룹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위한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두 은행이 오는 2017년까지 독립경영하기로 돼 있지만, 이를 앞당기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나선 모양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3일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이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통합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때”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금 당장 통합한다는 게 아니라, 통합을 논의할 시점이라는 것”이라며 “나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두 은행의 행장, 직원, 이사회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2012년 2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 간 독립경영을 보장하기로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합의했다.
그러나 김 회장의 이날 발언은 이런 합의와 달리 합병을 앞당길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김 회장이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5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통합 이후 하나·외환은행의 경쟁력이 동반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2011년 대비 54%, 외환은행은 22%, 두 은행을 합치면 36% 감소했다. 경쟁 은행으로 설정한 신한은행은 33% 감소에 그쳤다.
은행 이익의 근간이 되는 ‘구조적 이익(이자이익+수수료이익-판매관리비)’을 비교하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구조적 이익이 2011년 상반기 대비 28% 감소한 반면 하나은행은 31%, 외환은행은 40% 감소했다.
김 회장은 특히 인도네시아 하나·외환은행의 통합법인(PT Bank KEB Hana)이 통합 이후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역시 금융은 통합해야 코스트(비용)도 절감되고 좋다”고 강조했다.
외환은행 강점으로 꼽히던 외국환 부문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 하나금융그룹의 판단이다. 외환은행의 외환수수료 이익은 지난해 1920억원으로 2011년 2180억원보다 260억원(11.9%) 줄었다. 외국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5%로 우리은행(27%)에 추월당했다.
하나금융은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앞서 카드사(하나SK카드·외환카드) 및 두 은행 중국 법인의 통합도 곧 완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톈진(天津)의 외환은행 법인과 베이징(北京)의 하나은행 법인이 10월 중 승인을 받고 통합될 것”이라며 “통합 법인명은 현지 법규에 따라 ‘하나’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 통합과 관련해 이 부사장은 “(외환카드 분사) 예비 인가는 받았고, 곧 본사까지 인가받으면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작업을 해야 한다”며 “올해 말까지 가능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