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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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저녁의 소묘’ 한강
어떤 저녁은 피투성이 (어떤 새벽이 그런 것처럼) 가끔은 우리 눈이 흑백 렌즈였으면 흑과 백 그 사이 수없는 음영을 따라 어둠이 주섬주섬 얇은 남루들을 껴입고 외등을 피해 걸어오는 사람의 평화도, 오랜 지옥도 비슷하게 희끗한 표정으로 읽히도록 외등은 희고 외등 갓의 바깥은 침묵하며 잿빛이도록 그의 눈을 적신 것은 조용히, 검게 흘러내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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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 시가 있는 풍경] 저문 강에
당신은 눈부신 아침을 보고 나는 노을 진 저녁을 본다. 당신은 지난날들을 보고 나는 남은 날들을 본다. 당신은 입가의 미소를 보고 나는 젖은 가슴을 본다. 당신은 처음인 양 보고 나는 마지막이듯 본다. 저문 강가에 기대어 흐르는 산을 본다. 당신의 깊은 눈을 본다. 당신 속의 나를 본다. 흐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어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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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선물’ 오 충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주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다. 필요 없는 것을 주는 것은 마음 없는 재고품 정리일 뿐. 가장 큰 사랑을 보내고 나니 텅 빈 지갑이 빙그레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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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17년차 방송작가 강이슬 ‘인스턴트 웰니스-그냥, 오늘 딱 하나만 해보면’
건강과 뷰티 관련 정보,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나에게 적절한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실험과 경험을 통해 깨달은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왔다. 강이슬 작가의 <인스턴트 웰니스>(부제 ‘그냥, 오늘 딱 하나만 해보면’)가 바로 그 책이다. 책은 채식, 지중해식 식단, 콜라겐 등 셀럽들이 사랑한 건강 관리 비법을 직접 실험하며 알게 된 내 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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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가 있는 풍경] 구월의 연지에서
구월 마지막 꽃잎 떨구는 연꽃 앞에서 꽃이 피면서도 지고 있다는 여태까지의 내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알았다 꽃은 지면서도 피는 것이었다 마지막 꽃잎을 떨굴 때까지 꽃은 혼신으로 그리 피어있는 것이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모든 별들이 빛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반짝임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밤마다 하늘이 그리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나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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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최명숙
오는 사람을 반가이 맞는 사랑은 보름으로 가는 초승달과 같다 가는 사람을 쓸쓸히 바라보는 이별은 어둠 속에 지는 그믐달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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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오충 시인 ‘금의 향연’
‘실존적 사유’ 향한 시 쓰기…인생에 대한 끝없는 성찰 오충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금의 향연>이 나왔다. 앞선 두 시집(<물에서 건진 태양>, <우크라이나 어머니의 눈물>)에서 보여준 소외된 삶에 대한 관심과 더 좋은 세상에 대한 갈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 쓰기의 실존을 탐색한 시가 실려 있다. 62편의 시에 흐르는 정서는 강렬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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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배일동 명창 ‘판소리를 통해 본 한국문화의 이상수’
배일동 명창은 11일 오후 4~6시 광산문화원 초청 특강을 한다. 용아생가에서 열리는 이날 특강 제목은 ‘판소리를 통해 본 한국문화의 이상수’. 이날 공연에는 광산문화원 하모니카, 예원예술단, 클래트릭 심포니오케스트라, 뮤지컬단 다락 등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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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진의 시선] 호랑거미 “휴브리스는 이제 그만!”,
앞뜰과 뒷마당에 일시에 등장한 호랑거미 암컷이다 천적들의 눈에 띄는 X자 해먹에 여덟 다리 쭉 뻗고 그물망의 진동에 촉각을 세우며 배짱좋게 먹이감을 기다리고 있다 스스로 자아낸 거미줄이 강철보다 5배 이상 인장 강도가 높고 나이론보다 2배 이상 탄력성이 좋다고 자랑하며 자기의 안전을 담보하지 않은 채 무늬만 호랑이인 것을 잊고 호랑이 행세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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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어느 세월에’ 최명숙
오래고 오랜 산사의 저녁 무렵 조실채 담 위에 핀 능소화가 아쉽게 남겨진 햇살에 물들고 큰스님의 까닭 없는 주장자 소리를 업고 메아리로 퍼지는 풍경소리 산문 밖으로 나갔던 노 보살의 세상사 막걸리 한 사발의 노래 온종일 수고로이 시장 거리를 헤맸어도 머리 세고 늙은 줄을 모르고 한 가닥 풀에 지나지 않은 신세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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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가 있는 풍경] ‘가림없이’ 이병철
바람이 그친 뒤에 떨어지는 꽃을 봅니다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 있음을 압니다 환한 미소 끝에서 물안개처럼 피어나는 슬픔의 자락을 보았습니다 내게 오는 것 모두 당신이 주시는 것입니다 싫다는 말 이젠 놓겠습니다 그냥 고맙게 다만 고맙게 받겠습니다 햇볕과 비바람 가림 없이 당신이 주시는 것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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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기획·출간된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신 택리지’에 얽힌 사연
최근 수십 년간 휴전선 이남 방방곡곡을 답사한 결과물인 <신 택리지> 10권을 펴낸 신정일 문화사학자가 9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쑥스러운 부탁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드립니다. 출판환경이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구입해 주시거나 도서관이나 관공서에 구입해서 비치하도록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오랜 세월, 여러 사연을 솔직 담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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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진의 시선] ‘인동초’…”인고(忍苦) 찬미를 넘어 자연 신비를 간직한 금은화”
추운 겨울을 푸른 이파리로 견딘다 따사한 봄에는 개화 욕망을 억누른 채 주변에 기대어 광합(光合)의 일터에서 넝쿨의 덩치를 키운다 마침내 뜨거운 여름날에 해오라기를 닮은 하얀 꽃을 피운다 인내의 열매는 단 것일까? 노란 꽃술을 꿀물로 가득채우고 인동의 고통을 사랑의 환희로 이끌 중매쟁이 꽃등에(flower fly)를 초대한다 인동초, 수분(受粉) 후 수정의 환희 끝에 중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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