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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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가 있는 풍경] ‘그러면 좋겠네’
내일은 날이 환했으면 하고 생각한다. 내일은 눈이 좀 내렸으면 좋겠다고 당신이 말한다. 그러면 좋겠네. 눈 온 뒤 더 눈부신 날을 생각한다. 동쪽으로 가서 해돋이를 보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서쪽으로 가서 붉게 타는 저녁노을을 보고 싶다고 당신이 말한다. 그러면 좋겠네. 해넘이가 눈부시면 해돋이가 더 장관일 거라고 생각한다. 봄이 오는 바다를 보았으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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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너가 생각나’ 김영관
가끔 멍하니 있다 보면 가끔식 너가 떠올라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보고싶다 가끔 바쁘게 움직이다 힘들어 잠시 쉬려고 자리에 앉으면 뜬금없는 너 생각에 다시 가슴 한켠이 저려온다 보고싶다 그냥 음식을 먹다가도 그냥 거리을 걷다가도 그냥 운동을 하다가도 그냥 너 생각나 한동안 그 생각을 붙잡고 너의 얼굴을 그려본다 다시 볼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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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규의 시선] 춤추는 하루살이
아름답다. 질서 정연하다. 해질녘 하루살이가 일제히 춤을 춘다. 말을 걸어온다. 하루를 살지언정 이 순간을 즐기라고 축제처럼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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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가 있는 풍경] ‘한사랑’…”내가 나비였을 때 당신은 꽃이었지요”
내가 나비였을 때 당신은 꽃이었지요 내가 꽃이었을 때 어느새 당신은 나비가 되었고요 내가 메마른 흙이었을 때 당신은 촉촉한 비되어 오셨습니다 내가 산이었을 때 당신은 그 산을 비추는 고요한 호수였지요 긴 날 먼 길 걸어 지친 다리 끌며 돌아왔을 때 당신은 저문 밤길 밝히는 따스한 등불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언제나 당신은 그렇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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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환 40년 은사님 소설 ‘등대’ 안 읽었으면…”
스승은 제자를 강의로만 깨우는 것이 아니다. 너털웃음으로도, 헛기침으로도 걸어가는 뒷모습으로도 몽매한 제자를 깨운다. 그러나 들을 귀가 있는 제자만이 깨어난다. 나는 김민환 교수님에게 들을 귀가 없는 제자였다. 그래서 소설 등대를 읽으며, 나같은 몽매한 제자조차도 알아들을 수 밖에 없이 쓰신 인자와 자비를 느꼈다. 몇달 전에 교수님께서 장자에 나오는 聽之以氣(청지이기)라는 글씨를 손수 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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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삼수갑산’ 김소월
삼수갑산 내 왜 왔노, 삼수갑산 어디메냐 오고나니 기험타. 아하 물도 많고 산 첩첩이라. 내 고향을 도로 가자,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삼수갑산 멀더라. 아하 촉도지난(蜀道之難)이 예로구나. 삼수갑산 어디메냐, 내가 오고 내 못 가네 불귀(不歸)로다 내 고향을 아하 새가 되면 떠가리라. 님 계신 곳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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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가 있는 풍경] ‘눈물로 젖은’ 이병철
네 안에 슬픔의 샘이 있어 세상에 마르지 않는 강이 있다 세상에 소리 없이 흐느끼는 강이 흘러 내 안에도 일렁이는 슬픔이 있다 네 뺨에 흐르던 눈물 한 방울이 마른 내 가슴을 적시듯 슬픔이 샘솟아 강으로 흐르고 슬픔으로 흐르는 강이 마른 대지를 적신다.. 세상의 꽃들 모두 서럽도록 눈부신 것은 눈부시게 피었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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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노병’ 김남조(1927~2023)
나는 노병입니다 태어나면서 입대하여 최고령 병사 되었습니다 이젠 허리 굽어지고 머릿결 하얗게 세었으나 퇴역명단에 이름 나붙지 않았으니 여전히 현역 병사입니다 나의 병무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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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칼럼] 백수 유감(有感), 그리고 무위당 장일순
스승 무위당 10주기(2004년) 때, 원주 소초면 수암리 묘소에서 ‘나의 스승은 백수였다’라는 시를 읽었다. 내 나름으로 스승의 10주기에 올리는 헌시(獻詩)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백수의 꿈”이라는 시를 썼다. 헌시에서는 백수였던 스승을 닮아 나도 스승처럼 처음부터 백수이다.라는 자랑스러운(?) 고백을, 시 ‘백수의 꿈’에선 “마침내 백수가 세상을 구하리라”고 하는 선언(?)을 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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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끝이 없는’ 김영관
끝 없는 말실수 끝 없는 헛소리 나아지지 않네 언제쯤 나아지려나 언제쯤 멎으려나 계속 되는 실수에 점점 지쳐가네 이제 정말 힘이 드네 힘이 없네 얼마나 망가지려나 이제는 기대가 되네 미쳐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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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의 쇼츠] 장만옥, 가장 우아하게 국 뜨러가는 여자
<화양연화> 유튜브 비주얼 쇼츠를 봤다. 4050들도 성지순례하고 있다. 홍콩 느와르필름 최대 골든타임으로 기억하며 최고 스타일리스트 장만옥을 추억한다. 유튜브 많은 댓글 중에 환장할 댓글을 발견했다. 최고다. 이 글 제목처럼 저렇게 국 뜨러 가는 여인 보셨나? 우리들 감수성 시대, 홍콩 감수성이 서극 왕가위 장국영 장만옥 양조위를 통과해 직통했다. 동사서독, 중경삼림을 품었다. 현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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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가 있는 풍경] ‘백수의 꿈’ 이병철
일이 삶의 목적이 아님을 안다 일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존재란 그대로 여여한 것이므로 애써 무엇을 이루려 하지 않는다 매 순간을 다만 감사하고 즐길 뿐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또한 없다 때로는 바라는 것도 있고 이를 위해 기도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매달리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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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길이란 게’ 최명숙
많은 길을 걸었지만 아무도 길을 가르쳐 주진 않았다 어느 날은 홀로 걷는 길이기도 했다 미로 속에 가야 할 길을 물어도 답은 없고 어제의 그 길 위에서 저 노을이 지기 전에 저 먼 길 끝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어도 그 끝을 알 수는 없었다 넓은 광장이거나 바다로 이어지는 해변이거나 한쪽을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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