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정세 브리핑] 미중 정상외교 앞둔 중국…대미 수위 조절 속 대만·일본엔 경계

왕이-루비오 통화…시진핑 방미 앞두고 고위급 조율
샹산포럼선 ‘글로벌 사우스’ 강조, 예비역 장성은 대만에 강경 메시지
은행 대출 소급 점검·새 금리 기준 모색…경기부양 실효성도 과제
미중 정상외교 앞두고 왕이-루비오 통화
왕이 외교부장과 루비오 국무장관은 17일 전화 통화를 갖고 향후 미중 고위급 교류와 양국 관계를 논의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는 정상외교를 미중관계의 ‘닻’이라고 표현하며 양측이 평등·존중·호혜의 정신으로 다음 단계 고위급 교류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중동 정세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정상회담의 의제와 형식을 둘러싼 실무 조율이 막바지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정상외교를 준비하는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접촉도 이어가고 있다. 셀소 아모링 브라질 대통령 특별고문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와 회담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중국은 BRICS와 SCO를 비롯한 다자외교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 관리와 별개로 개발도상국과의 외교적 기반을 넓히고 있다.
샹산포럼 ‘절제된 공식 메시지’와 대만 강경론 병존
제13차 베이징 샹산포럼은 17일 폐막했다. 중국은 이번 포럼에서 다자주의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발언권 확대를 강조했다. 둥쥔 국방부장은 공식 연설에서 미국과 대만, 남중국해를 직접 거론하지 않고 국제안보 협력과 대화를 앞세웠다.
그러나 포럼장에서는 보다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 중국 인민해방군 예비역 소장 뤄위안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대만해협의 충돌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대만의 행동이 오히려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부 차원의 공식 메시지는 미중 정상외교를 의식해 수위를 낮추면서도 예비역 군 인사 등을 통해 대만에 대한 경고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오키나와 선거 이후 난세이 방위도 변수
일본 오키나와현 정치 변화도 중국의 안보 환경과 맞물려 주목된다. 자민당이 지지한 고자 겐타 후보가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일본 정부가 추진해온 난세이 제도 방위 강화 정책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키나와는 주일미군 기지가 집중돼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이 서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통과해야 하는 제1도련선의 핵심 지역이다. 일본은 난세이 제도에 미사일 부대와 레이더 등 방위력을 계속 확충해왔다.
중국과 일본이 대만과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오키나와의 방위정책 변화는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의 군사적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은행 대출 다시 들여다보는 중국
중국 내부에서는 금융 시스템 정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은행들이 2022년 이후 실행한 대출에 대해 소급 점검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부실한 대출 심사와 승인받지 않은 자금 전용,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차익거래 등을 점검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당국이 은행 대출의 흐름을 다시 들여다보며 잠재적 금융 위험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기존 대출우대금리(LPR)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금리 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정책당국의 금리 신호가 실제 기업과 가계의 대출금리에 보다 원활하게 반영되도록 통화정책 전달 체계를 손질하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생산과 수출에 비해 소비·투자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금리 인하나 유동성 공급 같은 부양책이 실제 경제활동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홍해 항로 복원 움직임…중국 수출엔 긍정적
머스크와 중국 코스코 등 주요 해운사들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를 다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에 따른 운항기간 증가와 물류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유럽 수출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후티의 위협을 비롯한 홍해와 중동 지역의 안보 불안은 여전히 변수다. 중국은 유럽 수출의 상당 부분을 수에즈 운하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동산 에너지 수입 비중도 높아 해상교통로의 안정이 경제안보와 직결된다.
정상외교·안보·금융정비 동시에
현재 중국의 움직임은 하나의 흐름으로 모인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정상외교를 앞두고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수위를 조절하고,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는 강화하고 있다. 안보에서는 대만과 일본을 둘러싼 기존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금융권 부실 위험을 관리하면서 경기부양 수단의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당분간 주목할 대목은 미중 정상외교의 구체적 의제, 샹산포럼 이후 대만해협에서의 중국군 움직임, 일본 난세이 제도의 방위 강화, 그리고 중국 정부가 내수와 투자 부진에 어떤 추가 대응책을 내놓을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