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사회칼럼

[이상기의 시선] 부산 재개발 분쟁…82세 이영채씨는 왜 경찰·검찰 거쳐 신문광고까지 냈나

이영채·남태규씨가 낸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 일부 문구와 글자에 오탈자가 있을 수 있으며, 정확한 내용은 원본 호소문을 기준으로 한다.

신문 지면에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큰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부산에 사는 만 82세 이영채씨와 남태규씨 이름이 그 아래 적혀 있다. 경찰에 고소하고,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하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은 뒤에도 부족했는지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쓰고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신문광고까지 냈다. 이씨의 주장이 모두 옳다는 뜻은 아니다. 수백억원대 개발사업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복잡하고 상대방에게도 당연히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묻게 된다. 오죽 답답했으면 여든두 살의 노인이 여기까지 왔을까.

분쟁의 무대는 부산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1구역이다. 부산진구 부암동 일대에 공동주택 1874가구와 오피스텔 172실 등을 짓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현재 사업은 2028년 착공·분양을 목표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쟁의 출발점은 2018년이다. 당시 부산의 ㈜소백이 보유하던 촉진1구역 사업자산과 사업권을 새로 설립된 법인에 포괄 양도했고 양수대금은 420억원이었다. 이 법인은 이후 파크시티로 이름을 바꿨으며 GS건설은 지분 약 3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참여했다. GS건설은 이 사업에서 약 9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채씨는 당시 소백 측 대표로 사업을 추진했던 인물이다. 그는 2018년의 사업양수도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의사와 달리 사업권이 넘어갔고 필요한 회사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이씨가 그렇게 주장한다는 것과 그 주장이 모두 사실로 확정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민사상 계약의 효력과 누군가의 형사책임도 구분해야 한다. 현재 단계에서 언론이 어느 한쪽을 범죄자 또는 피해자로 단정할 일은 아니다.

내가 관심을 갖는 대목은 조금 다르다. 이씨가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문에 따르면 그는 2025년 9월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관련 사건을 고소했다. 경찰은 2026년 3월 불송치 결정을 했고, 이씨가 이의를 신청하면서 사건은 부산지검 동부지청으로 넘어갔다. 그는 검찰 송치 이후 상당 기간 사건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수사가 부실했는지, 지연되고 있는지는 수사기록을 보지 않은 사람이 단정할 일이 아니다. 수사기관에는 공개할 수 없는 내용도 있을 것이고 사건 처리에 시간이 필요한 사정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당사자가 느끼는 답답함은 별개의 문제다.

이씨는 특히 공소시효를 걱정한다. 자신이 문제 삼는 일이 2018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시간이 더 지나면 일부 혐의의 법적 판단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공소시효가 언제 완성되는지는 적용 혐의와 구체적인 행위 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여기서 판단할 수 없다. 그렇다면 더욱 수사기관이 당사자에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호소문에는 경찰이나 사건 관계자에 대한 강한 의심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의심은 증거가 아니다. 경찰이 특정인과 유착했다거나 검찰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미루고 있다고 볼 객관적인 근거가 현재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런 표현을 언론이 그대로 확대재생산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반대로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외면해버리는 것도 언론의 자세는 아닐 것이다. 촉진1구역은 작은 개인사업이 아니다. 부산 도심의 대규모 개발사업이고 수천 가구의 주택 공급과 대형 건설회사, 금융기관, 투자자 등이 얽혀 있다. 이런 사업의 출발점인 2018년 사업양수도 과정을 놓고 당사자 한 사람이 8년 가까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두는 것은 그 개인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이씨는 경찰을 찾아갔다.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국민신문고에도 호소했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그래도 자신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마지막에는 신문 지면을 돈 주고 사서 세상에 알렸다. 82세 노인이 여기까지 왔다. 그렇다고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보증은 없다. 상대방은 전혀 다른 사실관계를 제시할 수도 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검찰도 사건을 검토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답하면 된다. 사업양수도 과정에 불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이씨가 제기한 의혹 가운데 수사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지, 사건은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설명하면 된다. 이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면 그것 역시 명확히 밝혀주면 된다. 법에 대한 신뢰는 유죄와 무죄라는 마지막 결과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자신의 사건이 어디에 와 있는지 알고, 왜 그런 판단이 내려졌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도 생긴다.

이씨는 호소문 마지막에 “올해 만 82세의 노인”이라며 “인생의 마지막 힘을 다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싸우고 있다”고 썼다. 나는 이영채씨의 주장이 맞다고 말할 수 없다. 틀렸다고 말할 근거도 없다. 그것을 가리는 것은 수사기관과 법원의 몫이다. 다만 한 시민이 여든두 살이 되도록 경찰과 검찰, 국민신문고를 거쳐 마침내 신문 지면을 사서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달라”고 외치고 있다면, 적어도 누군가는 답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답할 문제인지와는 별개다. 가장 먼저 답해야 할 곳은 이 사건을 지금 맡고 있는 기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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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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