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국에서 시작된 생활체육 한궁이 올해 20년을 맞았다. 국회에는 박수현 현 충남지사가 국회의원 재직 당시인 2026년 2월 대표발의한 ‘한궁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법안은 한궁 진흥 기본계획과 지도자 양성, 학생·노인·장애인 프로그램, 연구개발과 국제교류 지원 등을 담고 있다. <아시아엔>은 한궁이 지난 20년 동안 생활체육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건강효과는 어디까지 확인됐는지, 별도의 진흥법은 왜 필요한지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노인 27명 연구서 인지기능 긍정적 변화
한궁진흥법 ‘치매예방 프로그램’ 지원
국가 역할, 독립적 연구와 장기검증 지원
한궁을 하는 노인을 지켜보면 운동 과정 자체에 여러 요소가 들어 있다. 과녁을 바라보고 거리를 가늠한 뒤 핀을 던지고 점수를 확인한다. 한궁은 왼손과 오른손으로 각각 5차례씩 모두 10번 투구해 점수를 겨루는 방식이다. 몸을 움직이는 동시에 집중하고 판단하며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 어울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검토보고서도 한궁을 신체적 제약이 적어 노인·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이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으로 평가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궁계에서는 노인의 인지기능 유지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주요 장점으로 내세워왔다.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가능성과 입증은 다른 말이다.
2019년 한국스포츠학회지에 실린 ‘한궁(韓弓) 프로그램이 노인의 인지기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이 문제를 직접 다룬 연구 가운데 하나다. 권봉안·이윤숙·임은조·추향임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인 27명을 대상으로 간이치매선별검사(MMSE-DS)와 전전두엽 뇌파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한궁 프로그램 참여집단은 MMSE 지수와 일부 뇌파 지표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연구진은 과녁에 집중하는 과정과 양손 운동, 신체 균형, 팔의 유연성과 근력 사용 등이 인지기능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연구의 결론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는다. 대상자가 27명으로 제한됐고 다른 형태의 운동 프로그램과 직접 비교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진 스스로 “한궁운동프로그램의 효과를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논문의 결론이다. 따라서 이 연구 하나를 근거로 “한궁이 치매를 예방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인지기능 검사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과 실제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은 다른 단계의 문제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한궁 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치매예방’이라는 표현이 아예 법조문에 들어가 있다. 제9조는 문체부 장관이 노인·장애인의 한궁 활성화를 위해 노인복지시설과 장애인복지시설을 한궁 프로그램과 연계하도록 하고, 특히 노인복지시설에서 “노인의 치매예방을 위하여 한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더욱 엄밀한 구분이 필요하다. 이 조항은 한궁의 치매예방 효과가 의학적으로 확정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책적으로 노인의 신체·인지활동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읽는 것이 타당하다. 법률에 ‘치매예방’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만큼 실제 시행 단계에서는 효과를 입증할 연구와 평가가 더욱 중요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올해 7월 15일 ‘인지저하와 치매 위험 감소 지침’ 제2판을 내놓았다. WHO는 신체활동 부족과 사회적 고립 등을 수정 가능한 위험요인으로 보고 건강한 생활습관과 여러 위험요인을 함께 관리할 것을 권고하면서도,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분야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정 생활체육 종목 하나에 치매예방 효과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

한궁은 그래서 연구할 가치가 있다. 큰 운동장이 없어도 가능하고, 신체 여건에 따라 앉아서 참여할 수도 있다. 양손을 사용하고 과녁에 집중하며 점수를 계산한다. 여럿이 함께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교류도 생긴다. 국회 검토보고서도 한궁이 경로당·장애인복지관·아동센터 등 여러 복지 현장에 보급돼 있다고 적었다. 노인 생활체육으로서 연구해볼 조건은 충분하다.
문제는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다. 한궁을 하는 노인과 하지 않는 노인을 비교하는 데 그쳐서는 부족하다. 걷기·체조·다른 표적 스포츠 등을 하는 집단과도 비교해야 한다. 3개월 뒤의 변화만 볼 것이 아니라 1년, 3년, 5년 뒤까지 추적해 인지기능과 신체기능, 우울감, 사회적 관계, 운동 지속률 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령·성별·기저질환·교육수준·평소 운동량 같은 변수도 함께 분석해야 한다.
여기서 한궁진흥법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법안 제10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한궁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과 서비스 개선을 지원하고 학계·연구기관·산업계의 협동 연구를 촉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항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효과가 있다고 전제한 연구’가 아니라 실제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연구에 공공재원을 투입할 수 있다. 대학·의료기관·스포츠과학 연구기관 등 한궁단체와 일정한 거리를 둔 연구자가 참여하고 연구설계와 결과를 공개한다면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다.
이는 한궁의 가치를 낮추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정책의 대상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효과가 확인되면 지원을 확대하면 되고, 일부 효과만 확인된다면 그 범위만 정확히 알리면 된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프로그램을 수정하면 된다. 과학적 검증은 한궁을 공격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오래 가게 만드는 절차다.
국회 검토보고서에는 한궁이 노인·장애인뿐 아니라 학생과 특수교육대상자의 체육활동에도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동시에 교육부는 특정 종목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데 대해서는 학생의 희망과 학교 여건, 장애 유형과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역시 한궁진흥법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좋은 취지가 곧바로 획일적인 보급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생활체육은 약이 아니다. 그러나 신체활동과 인지활동, 사람과의 교류를 일상 속에서 지속하도록 만드는 일은 초고령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한궁은 그 해답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 검토보고서도 한궁을 국민 건강 증진과 고령화 대응에 기여할 생활체육으로 육성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제정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가가 할 일은 “한궁이 치매를 예방한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가능성을 연구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확인된 효과가 있다면 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한궁진흥법에 ‘치매예방’이라는 말까지 들어간 만큼 그 책임은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지원과 함께 연구, 검증, 결과 공개가 따라가야 한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한궁 하나를 위해 별도의 법률까지 필요한가. 실제로 문체부와 기획예산처, 대한궁도협회는 개별 진흥법의 필요성에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한궁진흥법이 기존 국민체육진흥법과 무엇이 다르며, 국가가 지원한다면 누가 어떤 기준으로 돈을 쓰고 그 결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마지막 3회에서 그 문제를 살펴본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