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정세 브리핑] 미중 기술전, 사무기기까지 확전…中경제 ‘K자형’ 양극화

오늘 동북아 정세는 미중 기술 통상전의 확전, 중국의 원해 군사력 과시, 중국 경제의 물가·산업 양극화라는 세 축이 두드러진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 외국산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수입 프린터·복사기 조사에 착수하며 대응조치의 범위를 사무기기와 핵심 부품까지 넓혔다. 군사적으로는 중·러 ‘해상연합-2026’ 훈련과 DF-17 극초음속 미사일 공개, 항모전단의 필리핀해 활동 등을 통해 원해 작전과 첨단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경제에서는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에 그쳐 내수 부진이 이어진 반면 첨단 제조업과 로봇 수출, 채권 발행은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이며 ‘K자형’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대만 주변 중국 군용기 활동 급감…해상 압박은 지속
대만 국방부와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8월 10일 오전 6시까지 대만 주변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 1대, 해군 함정 9척, 공무선 11척이 포착됐다. 군용기 1대는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최근 6~14대 수준이던 중국 군용기 활동이 1대로 급감한 것은 태풍 돌핀의 영향으로 기상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함정 9척과 공무선 11척은 계속 활동해 해상 압박은 유지됐다. 대만군은 초계기와 함정, 해안 미사일 체계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기상이 회복된 뒤 중국군 공중활동이 다시 늘어날지가 주목된다.
중국 군 연구자, 미국 AI 모델 활용해 군사 AI 고도화
미국기업연구소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중국 군사 연구자들이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미국 선도 인공지능 모델의 출력물을 활용해 중국산 AI 시스템을 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데이터 노출은 최소화하면서 인민해방군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쟁연구소는 중국군 내부에서 우크라이나전을 값싼 소모성 드론 중심의 과도기적 전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중국군은 보다 정교한 무인체계를 활용해 기동부대의 전술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AI 기술을 간접적으로 활용해 중국 군사 AI를 고도화하는 흐름이 확인된다.
중·러 ‘해상연합-2026’ 훈련…DF-17·항모전단 원해 능력 과시
신화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해상연합-2026’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중국 구축함 안산함에서는 헬기가 발진하는 등 양국 해군의 협동작전 능력이 부각됐다. 인민해방군 창군 99주년을 맞아 공개된 공식 다큐멘터리에는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되는 DF-17 극초음속 활공 미사일도 등장했다. 중국 매체들은 DF-17이 다중 표적에 대한 동시 타격 능력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중국 항모전단의 필리핀해 활동까지 겹치면서 러시아와의 연합작전, 극초음속 타격, 항모 원해 투사를 결합한 중국의 군사력 과시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수입 프린터·복사기 조사…기술 통상전 사무기기로 확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중국은 외국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수입 프린터와 복사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의 최신 대중 제재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 중국은 앞서 개정 대외무역법에 따른 국가안보 조사와 드론 수출 심사 강화, 미국 기업 제재 등을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산 광모듈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 제품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자 중국도 조사와 제재 범위를 사무기기와 소프트웨어 분야까지 넓히는 모습이다. 미중 양국이 관계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개별 기술과 부품 영역에서는 보복 조치를 정례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대외무역법 활용 첫 국가안보 조사…대미 대응 수단 확대
블룸버그와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개정 대외무역법을 활용한 첫 국가안보 조사와 드론 관련 수출 심사 강화, 미국 기업 7곳에 대한 제재, 대중 수출품 검사 협력 중단 등을 포함한 대응조치를 내놓았다. 이는 미국의 교역국 조사 확대와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 블랙리스트 확대, 중국산 광모듈 수입규제 등에 맞선 대응이다. 중국이 법률과 행정조치를 제도화된 보복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미중 기술 통상전의 전선이 반도체에서 드론·로봇·광모듈·사무기기까지 다층화되고 있다.
중국 7월 소비자물가 0.5% 상승…내수 부진 지속
신화통신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했다. 6월 1.0%보다 상승폭이 0.5%포인트 줄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0.9% 올랐다.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크게 둔화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에너지를 제외한 산업 소비재 가격은 1.5% 올랐지만 전월보다 상승세가 둔화됐다. 중국 지도부가 과잉경쟁 억제와 소비 진작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수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물가와 첨단 제조업 강세…소비 부진과 대비
재신과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설비 고도화와 인공지능 수요, 첨단 제조업의 성장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자와 컴퓨팅 장비, AI 관련 산업이 중국 산업경기를 떠받치는 반면 소비재와 부동산 부문은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이다. 이는 소비와 전통산업의 부진 속에서도 첨단 제조업과 전략산업은 성장하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양극화를 보여준다. 재정 확대와 인민은행의 지원에도 성장동력이 국가 주도 첨단산업에 편중되는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 산업용 로봇 수출 확대…141개국으로 시장 넓혀
신화통신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처음으로 산업용 로봇 순수출국이 됐으며, 올해 상반기 산업용 로봇 수출액은 62억9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했다. 수출 대상국은 141개국에 달했다. 휴머노이드 등 지능형 생체모방 로봇의 수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 로봇, 혁신신약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중국산 로봇 규제에도 중국은 제3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하며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국채·지방채 발행 확대…하반기 재정 부양 본격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중국의 국채와 지방채 발행이 빠르게 늘면서 하반기 재정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중국 채권 발행 확대를 중요한 투자 기회로 평가했다. 중국 지도부가 새로운 대규모 경기부양책보다는 기존 재정정책의 집행 속도를 높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가운데 채권 발행 확대는 인프라 투자와 지방정부 프로젝트를 뒷받침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다만 재정자금이 첨단 제조업과 인프라를 넘어 소비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오늘의 주요 일정과 관전 포인트
8월 16일로 제시된 이란 핵 협상 관련 일정과 중국의 중재 역할, 미국의 광모듈 규제와 중국의 프린터·복사기 조사 등 미중 기술 통상전 후속조치가 주요 관심사다. 태풍 돌핀의 내륙 피해와 항만 복구, 공급망 정상화 여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국채 발행 확대와 재정 집행 속도, 하반기 투자 회복 여부 역시 주요 경제 변수다. 10월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20기 5중전회와 11월 선전에서 열릴 예정인 APEC을 앞두고 중국의 대내외 정책 조정 움직임도 점차 구체화될 전망이다.
종합 분석
오늘 동북아 정세는 미중 기술 통상전의 확산, 중국의 군사력 과시, 중국 경제 내부의 산업별 온도차라는 세 흐름으로 압축된다. 기술·통상 분야에서는 미국이 중국산 광모듈과 로봇, 첨단 부품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중국이 미국 기업 제재와 수입품 조사로 맞서는 ‘주고받기’가 반복되고 있다. 중국이 수입 프린터와 복사기까지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기술 통상전이 반도체와 첨단산업을 넘어 일반 사무기기와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군사·안보 분야에서는 중국이 러시아와의 해상연합훈련, DF-17 극초음속 미사일 공개, 필리핀해 항모전단 활동 등을 통해 원해 작전과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동시에 과시하고 있다. 태풍 영향으로 대만 주변 중국 군용기 활동은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해상 활동은 유지됐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대만 주변 회색지대 압박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에는 큰 변화가 없다.
경제에서는 소비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반면 첨단 제조업과 로봇, AI 관련 산업은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가운데 로봇 수출과 전략산업 투자는 확대되고 있으며, 국채와 지방채 발행을 통한 재정 동원도 강화되고 있다. 전통산업과 소비는 약하고 첨단 제조업과 수출은 강한 이른바 ‘K자형’ 구조가 중국 경제의 중요한 특징으로 굳어지고 있다.
결국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기술 압박에 대응하면서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확대하고, 대내적으로는 첨단산업 육성과 재정 확대를 통해 경기 하방 압력을 막으려 하고 있다. 앞으로는 미중 기술 통상전이 어느 품목까지 확대될지, 중국의 재정 확대가 실제 소비 회복으로 이어질지, 대만 주변 중국군 활동이 태풍 이후 다시 증가할지가 동북아 정세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