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주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다. 지난 20일 나는 아흔다섯의 어머니를 모시고 두 동생과 함께 절두산 순교성지 납골당을 찾았다. 비둘기가 그려진 벽 앞에 앉아, 58년 전 떠나신 아버지를 위한 기도와 아직 이 땅에 계신 어머니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밖으로 나오니 ‘Via Dolorosa(고통의 길)’ 사순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길로 향했다. 삼형제가 번갈아 휠체어를 밀며 언덕을 올랐다. 전시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어머니는 휠체어에서 내려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다른 손으로 내 손을 붙잡으셨다. 한 걸음씩 내려가는 그 길은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십자가의 길 14처와 피에타까지 이어지는 그림 앞에서, 오래된 성가 한 구절이 마음 속에 되살아났다.
“어머니께 청하오니, 내 맘 속에 주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전시를 마치고 다시 계단을 내려올 때, 한 수녀님이 “이제 다 왔어요”라고 말했다. 짧은 말이었지만 긴 여정을 함께 건너는 이들의 위로처럼 들렸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문득 생각했다. 손목 골절로 고생한 막내, 부정맥 시술 이후 걸음이 불편한 둘째,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나. 서로의 짐을 나누어 지고 있는 우리 세 사람의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만 서른여덟에 홀로 되어 세 아들을 키워내신 어머니의 삶, 지금은 알츠하이머로 아들들의 얼굴만 간신히 알아보시는 그 긴 세월 또한 하나의 ‘비아 돌로로사’였음을.
우리 모두는 각자의 고통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는 그 길을 대신 걸어줄 수는 없다. 다만, 손을 잡고 함께 걸어줄 수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