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시아정치칼럼

호르무즈 파병, 보낼 거면 먼저 나서야 한다…눈치 보다 국익 잃는다

 2026년 3월 11일,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 해상을 항해하는 유조선들. <연합뉴스>
[아시아엔=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에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송을 위해 군함을 파견해 보호하라”고 요청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동맹의 이름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강요하는 태도는 유감스럽다”며,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파병 요구”라는 강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한다. 또 “이란에 대한 공격은 미국이 해놓고 왜 우리에게 뒷수습을 하라는 것이냐”는 반발도 나온다. 그러나 원인이 어찌 되었든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대한민국의 국익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고, 우리나라 유조선이 타국에 의해 공격받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현재 정부나 여당 정치권에서 신중론을 펼치는 것은 비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여권 일각에서는 “남의 전쟁에 참전하라는 것이냐”고 주장하지만, 굳이 한미동맹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유조선을 보호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하는 것이 어떻게 참전으로까지 해석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유가 폭등으로 국가경제가 흔들리고 있는데, 자국의 유조선조차 보호하지 못한다면 군대가 왜 필요한가. 이는 이란을 공격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유조선이 공격을 받았을 때 정당하게 방어하겠다는 자위권 행사일 뿐이다.

현재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도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대한민국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고 국제 해상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파견된 것 아닌가. 실제로 2011년 해적에게 피랍된 대한민국 선박 삼호주얼리호를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청해부대 최영함이 ‘아덴만 여명 작전’을 통해 구출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소말리아는 해적이니 만만해서 청해부대를 파견했고, 이란은 대국이니 겁이 난다고 말하고 싶은가. 손익을 따져보면 국가적 차원에서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는 것이 훨씬 더 남는 장사다.

호르무즈해협 위성사진

진정한 친구는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로부터 외면받고 미국 내에서도 고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얼마나 고마워하겠는가. 이란 이슈가 잠잠해지면 조만간 미국과 관세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대미 투자 문제도 남아 있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는 협상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만약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신세를 졌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더 큰 선물로 보답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군함 파견은 남는 장사다.

대조영함

아덴만에 있는 대조영함을 파견하고, 상황이 위험해 보이면 호르무즈해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근해에서 경계 활동만 해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군함 파견 시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격침될 수 있다는 가정을 하는데, 이는 국제정치를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란에게는 진짜 악몽이 시작된다. 대한민국은 이스라엘 못지않은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이며, 다수의 미사일을 보유한 군사 강국이기도 하다. 지하 격납고에는 수십 년 동안 생산해 축적해 놓은 수많은 미사일이 존재한다.

만약 이란의 공격에 격분한 대한민국이 대규모 군사 대응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란 군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과거 캄보디아 내 중국 범죄 조직 등이 한국인을 상대로 스캠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캄보디아어로 “한국인을 건드리면 패가망신한다, 빈말 같습니까”라는 글을 올려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 적이 있다. 대통령이 그 결기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으면 한다.

정부가 주변국 눈치만 보다가 실기하는 일이 벌어질까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미동맹 때문이라도 결국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야 할 상황이라면, 남보다 먼저 나서서 생색을 내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더 지체하면 도와주고도 욕을 듣는다.

▼ 아시아엔 후원계좌 ▼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아시아엔과 아시아 저널리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은행 1005-601-878699 (주식회사 아자미디어앤컬처)

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지역장 전무, 삼성SDI 마케팅실장 역임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자동 게재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