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는 4류” 이건희의 경고…정원오·김재섭 칸쿤 출장 논란에 재소환

김재섭 의원과 정원오 성동구청장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성동구청장 시절 해외 출장 당시 여성 직원과 함께 멕시코 칸쿤을 방문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도가 넘는 측면이 있다. 여성 직원 동행 출장, 칸쿤이라는 휴양지 이름이 나오면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부적절한 관계를 연상할 수 있다.

물론 두 사람이 단둘이 칸쿤을 방문했는지, 여러 명이 함께였는지 나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 없이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정원오 후보에 대해 인신공격성 내용을 발표한 것은 ‘아니면 말고’식, 또는 ‘죽기살기식’의 비열하고 지저분한 정치공세로 비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공격이 윤석열 정부 시절 김의겸 의원이 제기했던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직장 생활을 하며 업무로 해외 출장을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면, 김재섭 의원의 주장이 얼마나 현실과 괴리가 있는지 잘 알 것이다. 우선 직장에서 여성 직원 비율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여성 직원의 해외 출장 동행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해당 일정이 멕시코 메리다 중심이었다면, 칸쿤은 세계적인 허브 공항으로서 다양한 국제 노선이 연결돼 있어 환승(transit)지로 활용하기에 적절한 장소다.

아마도 칸쿤이 세계적인 휴양지라는 점 때문에 공격 소재로 활용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여성 직원, 주말 일정이라는 요소가 결합되면서 오해를 유도하기 쉬운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해외 출장을 여러 차례 다녀본 경험에 비춰 보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주말에 이동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다. 보통 업무를 마친 뒤 금요일 저녁 출발해 환승 도시로 이동하고, 토요일 휴식 후 일요일 이동하는 일정은 흔히 활용되는 방식이다. 나 역시 자주 이용했던 일정이다.

환승 도시를 선택할 때 여러 옵션이 있다면, 가능하면 의미 있는 도시나 경험할 만한 장소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동행한 직원의 경험을 넓혀주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물론 항공료나 숙박비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칸쿤 역시 그런 선택지 중 하나일 수 있다. 동행자가 여성 직원이든 남성 직원이든 본질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출장 중 해안가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은 업무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상사가 개인 비용으로 식사나 음료를 제공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이를 부적절한 관계로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

과거 이재명 대통령도 성남시장 시절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친 사실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해외 출장 시 주말에 공관 관계자들과 골프를 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나는 주재원 출신으로서 이러한 관행을 알고 있으며, 단순한 여가 활동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하다고 본다.

여기서 동행 직원이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다소 시대착오적인 시각이다. 나 역시 과거 본사 근무 시절 여성 직원을 동행해 유럽 여러 도시를 출장했지만, 업무 외적인 행동에는 오히려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동행 직원은 어디까지나 업무를 함께하는 구성원일 뿐이다. 여성 직원 역시 육성해야 할 인력이며, 초기에는 해외 출장 등을 통해 실무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원오 후보의 해당 출장이 단 둘이 아닌 다수 인원이 함께한 일정이었다는 설명도 있는 만큼,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우선돼야 한다. 일부 구간에서 몇 명이 이동했는지 여부를 단편적으로 해석해 부정적 의혹으로 확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여전히 여성 직원 동반 출장을 문제 삼는 시각이 반복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휴일을 활용해 이동 및 휴식을 취하는 것은 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일반적인 방식이다. 출장자는 통상 일정 수준의 일비를 지급받고, 추가 비용은 개인 부담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직자나 기업 임원 모두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메리다에서 다음 행선지인 미국 아틀란타로 이동하는 경우 직항 여부나 일정, 비용 등을 고려하면 환승 경유가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항공 일정은 반드시 효율성과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다.

오히려 국민 세금으로 과도한 호화 출장이나 개인 관광이 이뤄졌다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통상적인 범위 내의 일정 운영까지 정치적 공격 소재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

대한민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빠르게 인식과 행동을 발전시켜 왔다. 반면 정치권의 일부 행태는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건희 회장이 1995년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한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기업은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한 반면 정치 수준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권에서 근거가 불명확한 의혹 제기와 음모론이 반복되면 정치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공론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 과거 ‘청담동 술자리 의혹’ 사례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김재섭 의원은 청년 정치인으로서 비교적 합리적인 발언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사안은 아쉬움을 남긴다.

정적을 비판하더라도 사실관계에 기반한 책임 있는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특히 출장에 동행한 공무원이 불필요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나는 정원오 후보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며, 그의 지지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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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지역장 전무, 삼성SDI 마케팅실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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