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좌우의 맹목이 무너뜨린 사법 주권…”법치에는 국적도 진영도 없다”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미국 리버티대 교수가 2026년 5월 29일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국가적 원칙이 있다. 평소 정치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으나, 현재 벌어지는 상황만큼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내에서 목격되는 사태들은 단순한 진영 싸움을 넘어섰다. 외국의 선동가나 규율을 어긴 개인이 주권국가의 사법 절차를 외면하고 시스템을 뒤흔드는 행태는, 이념적 유불리를 막론하고 그 자체로 무도하기에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미국 리버티 대학교의 모스 탄(Morse Tan·단현명) 교수가 방한 기간 보여준 행각은 주권국가의 법질서가 외국의 선동가에 의해 얼마나 쉽게 교란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핵심은 ‘미국 국적’을 방패 삼아 대한민국의 사법 주권을 무시하고 법적 의무를 회피하려는 그의 오만한 태도에 있다.

탄 교수는 공식 석상과 교회 등을 돌며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강력범죄 연루 의혹을 제기하거나, 국내 선거에 중국 공산당이 개입해 부정선거를 획책했다는 주장을 유포해왔다. 나아가 과거 계엄령 선포 배경이 부정선거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파격적인 해석까지 내놓았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인화성 높은 의혹들을 외국 시민권자가 국내 선거라는 민감한 시기에 대중 앞에서 기정사실처럼 공언하며 여론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민단체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당했고, 사법당국이 피의자 소환 조사를 요구한 것은 지극히 정당한 절차다. 그러나 그는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수사관 기피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사법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사법당국의 조사는 외면하면서 지방선거 현장의 사전투표소를 활보하고 다니는 행위는 법치 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경시다. 결국 경찰이 출국정지를 신청하기에 이른 상황은 그의 무책임한 행동이 초래한 법적 결과다.

이 배경에는 미국 내 특정 정치 지형과의 긴밀한 연결고리가 있다. 탄 교수가 재직 중인 리버티 대학교는 미국 공화당 우파의 요람이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이력을 바탕으로, 미국 최대 보수 행사인 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 보수정치행동회의) 등에서 한국의 선거 제도를 지속적으로 폄하해왔다. 즉, 그의 행보는 자의적 일탈이라기보다 미국 내 초보수 진영이 공유하는 정치적 세계관의 연장선에 있다.

그리고 이 배경은 국내 특정 정치 세력과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확산되고 있다. 탄 교수는 입국 직후 경찰 출석은 거부한 채, 평택 재선거에 출마한 황교안 후보를 만나고 전광훈 목사와 면담을 가졌다. 외국의 선동가는 국내 세력을 등에 업고 영향력을 과시하고, 국내 특정 세력은 ‘미국 교수·전직 대사’라는 타이틀을 빌려 자신들의 주장에 명분을 얻으려는 정략적 공생 관계인 셈이다.

만약 미국 대선 국면에서 한국 국적의 교수가 미국 유력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선동했다면, FBI와 사법당국이 즉각 체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보수 진영과 일부 우파 정치평론가들은 사법당국을 향해 “모스 탄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실정법을 어긴 피의자를 미국 국적과 전직 대사라는 신분 때문에 그냥 두라니, 이 얼마나 해괴하고 초법적인 발언인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법을 경시하는 태도가 비단 우파 외국인 선동가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와 사법당국은 자신들의 정치적 코드와 입맛에 맞으면 어떤 위법행위를 저질러도 방치하는 고질적인 이중잣대를 보여왔다.

김아현(활동명 해초, 오른쪽)씨, 김동현씨. 이들은 여행금지지역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진입을 시도하다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다 석방됐다. 여권이 무효가 된 김아현씨가 관련 여권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여권법 13조 1항 위헌확인)을 지난 5월 19일 사전심사에서 각하했다.

최근 발생한 이른바 ‘해초 사건’은 정부의 원칙 없는 태도가 어떻게 법치주의를 갉아먹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극단적 사례다. 해초는 분쟁 지역인 팔레스타인에 두 차례나 무단 입국하려다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인물이다. 자칫 외교적 파국이나 신변의 치명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무모한 돌출 행동이었다.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들여 외무차관까지 현지에 보내며 그녀를 한국으로 안전하게 호송한 적도 있다. 하지만 돌아온 그녀의 태도는 안하무인이었다. 반성은커녕 “정부가 나를 막을 권한이 없다”고 강변하며 다시 팔레스타인으로 재입국하겠다고 공언했다.

국가의 외교적 지침과 실정법을 무시하고 국민 세금으로 치른 구출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는 이 오만한 태도는, 미국 국적과 배경을 무기로 경찰 소환을 거부하는 모스 탄 교수의 안하무인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그럼에도 사법당국은 엄중한 처벌 대신 방관으로 일관했고, 한 5·18 단체는 그녀에게 상을 수여하며 영웅으로 칭송했다.

내 입맛에 맞는 진보적 운동이라는 이유로 위법을 옹호하는 좌파의 미몽이나, 내 입맛에 맞는 반정부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모스 탄에게 방어막을 쳐주는 우파의 맹목이나 본질은 정확히 같다. 진영 논리에 눈이 멀어 국가의 자존심과 사법 주권을 외국인 선동가와 불법 행위자에게 스스로 내어주고 있는 꼴이다. 입맛에 맞으면 사법 처리를 하지 않고 놔두는 유약한 태도 때문에 국가 공권력이 국민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다.

법치에는 좌우가 없다. 대한민국은 외국의 음모론자가 수사를 비웃어도 되는 무법지대가 아니며, 개인이 신념을 이유로 실정법을 마음대로 위반해도 되는 만만한 국가가 아니다. 모스 탄 교수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아무리 깊은 관계가 있든, 해초라는 인물이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간에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는 오직 대한민국의 법과 원칙이 지배해야 한다.

사법당국은 외교적 마찰 우려나 정파적 유불리를 절대 의식하지 말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출국정지된 탄 교수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아울러 국법을 무시하고 국가 시스템에 혼란을 준 이들에 대해서도 좌우를 막론하고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주권국가의 선거와 법질서는 결코 외국의 선동가와 이에 동조하는 세력에 의해 흔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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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지역장 전무, 삼성SDI 마케팅실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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