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3월 20일’ 오늘 ‘세계 행복의 날’, 경제는 선진국, 행복은 중진국…한국의 불편한 현실

행복의 날이 묻는다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은가”…3월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

유엔은 2012년 총회 결의를 통해 행복 추구가 인류의 근본적인 목표라는 점을 선언하며 이 날을 제정했다.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만으로는 인간의 삶을 완성할 수 없으며, 모든 정책과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의 행복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념일이다.

첫 기념행사에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반기문 총장은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꿈꾸지만, 아직도 기본적인 삶의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더 큰 연대와 인간애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복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야 할 가치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었다.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개발해법네트워크(SDSN)는 매년 이 날에 맞춰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한다. 각 나라 국민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비교하는 이 보고서는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정책, 공동체의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43개국 가운데 핀란드가 7년 연속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를 기록했다. 핀란드의 행복지수는 7.741점으로 나타났으며,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국은 6.058점으로 52위를 기록해 전년도보다 5계단 상승했지만 여전히 중위권에 머물렀다. 가장 낮은 순위는 아프가니스탄이었다.

보고서는 최근 세계적으로 행복의 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특히 유럽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행복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행복지수는 다음 여섯 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 1인당 국내총생산(GDP) △ 기대수명 △ 사회적 지지 △ 관용 △ 삶을 선택할 자유 △ 부정부패 수준

한국은 기대수명과 경제 수준에서는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사회적 신뢰와 관용, 삶의 선택 자유 항목에서는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내 삶을 선택할 자유’ 항목에서는 128위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바로 위에는 짐바브웨·콩고·세네갈이 있었고, 아래에는 이란·이라크·예멘이 위치했다. 경제 규모만 보면 세계 상위권에 속한 나라가 자유와 신뢰, 공동체 만족도에서는 개발도상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행복은 돈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회가 얼마나 서로를 믿고, 개인이 얼마나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으며, 공동체가 얼마나 서로를 지지하는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세계 행복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성장하고 있는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묻는 날이다. 경제는 커졌지만 마음은 왜 더 불안해졌는가.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삶은 왜 더 자유롭지 않은가.

세계 행복의 날은 우리에게 이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조건이며, 정책이 아니라 문화이고,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수준이다. 그래서 3월 20일은 기념일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묻는 날이다. 우리는 지금, 정말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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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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