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연수의 에코줌] 북상을 준비하는 날개들…금강하구와 철원에서 나눈 작별 인사

금강하구 가창오리 떼, 분주함과 여유로움이 교차한다

2026년 2월 18일, 금강하구. 설 성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강 위에 낮게 깔린 겨울빛 속에서 가창오리 떼와 마주쳤다. 물 위를 가르며 무리를 지어 움직이던 그들의 그림자는 한겨울의 그것보다 훨씬 가벼워 보였다. 개체 수는 분명 줄어 있었다. 북상을 준비하는 몸짓이었다.

가창오리떼가 그리는 포물선

그리고 사흘 뒤. 2026년 2월 21일, 철원.

겨울을 철원에서 보낸 재두루미와 큰고니 가족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기온이 오르자, 그들의 비행은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얼어붙었던 들판은 조금씩 숨을 돌리고, 철새들은 본능처럼 고향을 향했다.

이번 겨울, 처음 찾은 철원에서 뜻밖의 귀인들을 만났고, 철새들에게는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재두루미는 긴 다리를 곧게 펴고 하늘로 올랐고, 큰고니는 마지막으로 수면을 미끄러지듯 밀어 올린 뒤 날개를 펼쳤다.

그들의 비상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약속처럼 느껴졌다.
“무사히 돌아가 더 많은 식구를 만들어, 가을에 다시 만나자.”

겨울은 끝나가고, 북상은 시작되었다. 금강하구와 철원 하늘에서 떠나는 날개들을 바라보며, 나는 매번 같은 기도를 한다. 모두 무사히 돌아오기를. 그리고 다시 이 땅에서 만나기를.

가을을 기약하며.

▼ 아시아엔 후원계좌 ▼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아시아엔과 아시아 저널리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은행 1005-601-878699 (주식회사 아자미디어앤컬처)

김연수

사진작가, 문화일보 전 사진부장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자동 게재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