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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바누 란잔 차크라보티, 아시아기자협회, 방글라데시] 2026년 2월 12일 방글라데시에서 실시된 제13대 총선에서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이 다수석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 BNP의 총재 타리크 라흐만이 방글라데시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비평가들은 아와미연맹 정권 붕괴에 따른 전국적인 치안 개선을 신 정부의 주요 과제로 지목했다. 이외에도 인도와의 관계 개선, 로힝야 난민 처우와 국제사회의 압박 등도 라흐만 정부의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
타리크 라흐만은 지아우르 라흐만 방글라데시 전 대통령과 칼레다 지아 방글라데시 전 총리의 장남이다. 그는 다카대학교를 졸업한 후 정계에 입문했으며, 2008년부터 영국 런던에 거주하면서 국외에서 BNP를 이끌어 왔다. 라흐만은 과거 부패 및 형사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으나, BNP는 이를 정치적 동기에 따른 판결이라고 부인해왔다.
과도정부 하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는 BNP와 방글라데시 자마아트-에-이슬라미(BJI)를 비롯한 50개 정당과 무소속 후보 등 2,034명이 선출직 300석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여성의 정치 참여가 두드러진 가운데 BNP는 다수의 여성 의원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반면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이끌었던 아와미연맹은 정당활동 금지 처분을 받으며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다.
‘실업’ ‘부정부패’ ‘소수민족’, 방글라데시 총선 관통
실업은 방글라데시 경제가 직면해 있는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방글라데시통계청(BBS)에 따르면 2024년 방글라데시 청년 실업자 중 87%가 제도권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연구에 따르면 청년 응답자의 55%가 취업난으로 인해 해외에서 취업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2024년 7월 방글라데시 혁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도 실업이었다. BNP는 선거 기간 동안 1,000만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부정부패도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였다. 2024년 기준 방글라데시는 국제부패인식지수에서 180개국 중 151위를 기록했다. 또한 7월 혁명 이후 주요 정당들의 공갈 사례가 급증하면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좌우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총선의 또다른 특징은 소수 민족의 표심이었다. BNP와 BJI가 아와미연맹의 빈 자리(특히 힌두교 공동체) 표심을 적극 공략했다. 특히 BNP는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보안기구를 설치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유권자 60.26% ‘7월 국가헌장’ 도입 찬성
방글라데시는 300석을 소선거구제로 직접 선출하고, 그 결과에 따라 50석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특이한 선거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군소정당들은 BNP와 같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 정당이 다수의 의석을 확보하기 용이한 구조라면서 비례대표제를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총선과 같은 날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됐다. 국민투표는 ‘7월 국가헌장’(July National Charter)을 기반으로 한 새 헌법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었고, 유권자의 60.26%가 찬성을 표하면서 헌법 개정안이 승인됐다.
7월 국가헌장은 2024년 7월 대규모 시민운동 이후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제정됐다. 새 헌법은 상·하원 양원제 도입, 총리 임기 제한, 사법부 독립성 강화, 여성 및 소수자 대표 확대, 지방자치 강화 및 권력 분산 등 정치·행정 전반의 제도적 개선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절차적 정당성과 위헌 논란이 남아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외정책 중심축은 여전히 인도
이번 선거 결과는 방글라데시의 대외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동방 중심의 정책’(Look East)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외교정책을 통해 전략·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과는 인권 및 민주주의 문제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역시 방글라데시의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주요 파트너다. 지정학적 입지와 핵프로그램을 감안할 때 러시아 또한 대외 전략의 중요한 축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방글라데시 정계는 이번 총선이 인도, 중국, 파키스탄 등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돌아갈 사람과 불러야 할 사람
임시정부의 최고고문으로서 이번 총선을 진두지휘한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의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선거 직후 새 정부에 권한을 이양하고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유누스 박사는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부인인 아키 아베 여사와의 면담을 통해 “방글라데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개발, 청년 기업가 육성, ‘Three Zero’(빈곤·실업·이산화탄소 배출 제로)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4년 7월 혁명 이후 인도로 도피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의 처우는 그의 지지층과 외교적인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민감한 문제다. 임시정부는 그녀가 이끌었던 아와미연맹에 정당활동 금지 조치를 내렸다. 국제형사재판소도 하시나를 다수의 살인 및 부패 사건으로 제소해 일부 혐의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임시정부는 인도 측에 그녀의 송환을 요청해 왔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양국은 최근 수년 간 하시나의 송환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선거 직후인 2월 14일 수도 다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하시나의 송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타리크 라흐만는 아와미연맹의 지지층을 고려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아시아엔 영어판: Bangladesh’s 2026 Election Analysis – THE As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