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화

‘월미도’ 단상…”전쟁은 총으로만 치러지지 않는다..

오늘 월미도

기억과 이야기의 형식으로도 치러진다”..같은 전투, 다른 이야기

우리나라에는 동명이인이 많다. 인터넷에서 이름을 검색하다 보면 전혀 다른 삶을 산 사람들이 함께 나타난다. 우연히 같은 이름의 소설가를 발견했고, 그가 1950년대 발표한 단편 ‘불타는 섬’을 알게 되었다. 작품은 인천상륙작전 당시 월미도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나는 월미도 인근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기에, 그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불타는 섬’은 6·25전쟁 중이던 1953년 <화선>에 실린 작품이다. 북한군의 입장에서 통신수 명희의 시선을 따라가며, 압도적인 화력 속에서도 진지를 사수하는 병사들의 마지막을 그린다. 그러나 작품의 중심에는 거대한 이념보다 죽음을 앞둔 젊은 남녀의 감정이 놓여 있다. 두려움과 사랑, 그리고 끝내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 전투는 참혹하지만, 인물들은 선전의 기호가 아니라 고뇌하는 인간으로 형상화된다.

이 이야기는 1982년 영화 <월미도>로 다시 만들어졌다. 여러 연구가 지적하듯, 영화는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전투의 공로는 특정 인물의 내면적 결단보다 집단적 영웅주의로 재구성되고, 인물들은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수령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전사로 자리매김한다. 개인의 감정은 옅어지고 지도자 중심의 서사가 전면에 선다. 허구의 예술영화이지만, 제작과 유통을 국가가 장악한 구조 속에서 영화는 교육적 매체로 기능한다. 이야기는 개인의 비극에서 체제의 상징으로 이동한다.

같은 전투를 다루었지만, 소설과 영화는 서로 다른 기억을 만들어낸다. 한쪽은 전쟁 속 인간을 비추고, 다른 한쪽은 전쟁 속 국가를 강조한다. 무엇이 옳은가를 단정하기보다, 우리는 묻게 된다. 이야기는 왜, 어떻게 변형되는가. 그리고 그 의미를 결정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얼마 전 북한 매체가 6·25 발발일을 맞아 반미 교양사업을 강화하며 과거 영화를 재상영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전쟁은 오래전에 멈췄지만, 전쟁을 설명하는 서사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총성이 멎은 자리에서 기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월미도는 군사적 요충지이기 이전에 기억의 장소다. 같은 공간을 두고도 전혀 다른 서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우리가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영웅의 신화일까, 아니면 두려움 속에서도 선택을 감당했던 한 인간의 얼굴일까.

전쟁은 총으로만 치러지지 않는다. 기억과 이야기의 형식으로도 치러진다. 그리고 그 선택은 지금을 사는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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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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