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칼럼

[황건 칼럼] ‘임무 완수’ 인간에 대한 존경…넬슨 제독과 헬기추락 순직 정상근·장희성 준위

Guy Head, Rear-Admiral Horatio Nelson (1758-1805)

어제 나는 의무사령부 성요셉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여하였다. 며칠 전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두 준위의 영혼을 위한 미사였다. 기도하는 동안, 여러 해 전 방문했던 영국 그리니치 해양박물관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니치 천문대와 본초자오선이 지나는 그곳에는 세 개의 전시실이 있었다. 두 전시실은 영국이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으로, 또 인도와 중국으로 진출했던 제국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마지막 전시실은 ‘넬슨, 해군, 국가(Nelson, Navy, Nation)’라는 이름 아래 넬슨 제독(Horatio Nelson, 1758–1805)과 영국 해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넬슨의 제복과 피 묻은 붕대

입구에는 트라팔가 해전에서 전사할 당시 입었던 피 묻은 제복이 전시되어 있었다. 잘라낸 머리카락도 보였다. 탄환이 척추에 박힌 그의 시신은 술통에 보존되어 본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전시는 이미 하나의 제의처럼 느껴졌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 것은 가이 헤드(Guy Head)가 그린 ‘해군소장 넬슨 경'(1800)이었다. 그는 오른팔을 잃었고, 한쪽 눈은 붕대로 감겨 있었다. 붕대 아래로 흐른 피가 어깨로 번지고 있었다. 제복 속의 몸은 가련하고도 인간적이었다. 그의 왼쪽 눈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음을 앞둔 얼굴이 아니었다. 부상을 입었지만 여전히 지휘관이었다. 그러나 그 시선은 마치 국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 안으로 잠시 들어가 있는 듯 보였다.

전시실 가장 안쪽, 어두운 공간에는 벤자민 웨스트의 <불멸의 넬슨>(1807)이 걸려 있었다. 낮은 조명 속에서 천사와 아테나, 포세이돈의 형상이 겨우 드러났다. 아래는 어둠-전쟁과 피, 현실-이 깔려 있고, 위로는 빛-영광과 불멸-이 비치고 있었다. 흰 천에 싸인 넬슨은 고요한 얼굴로 그 경계선 위에서 승천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을 떠올렸다. 죽음의 고통이라기보다, 먼 여정 끝에 도달한 안식처럼 느껴졌다. 나는 영국인이 아니지만, 그 애국심 이전에 ‘임무를 완수한 인간’에 대한 존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상처 이후의 일상을 위한 도구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오던 길에 넬슨이 한쪽 팔을 잃은 뒤 사용했던 ‘칼 달린 포크’를 보았다. 상아 손잡이에 쇠 갈퀴가 달려 있고, 한쪽에는 접이식 칼이 붙어 있었다. 왼손 하나로 식사하기 위해 고안된 도구였다. 영광의 상징이 아니라, 상처 이후의 일상을 위한 물건이었다.

성당을 나서니 순직한 두 준위가 안치된 장례식장이 바로 앞에 있었다. 웨스트의 그림이 떠올랐다. 죽음 이후의 영광, 완수된 임무, 안식. 그리고 병원으로 걸어 들어왔다. 가이 헤드의 그림처럼 피 묻은 붕대를 감고, 제복 속의 몸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눈을 한 병사들이 병상에 누워 있다. 목발을 짚고, 휠체어를 타고, 혹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고 정상근·장희성 준위

그들은 승천하지 않는다. 그들은 복귀한다. 붕대를 감고, 다시 식사하고, 다시 근무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죽는가가 아니라, 상처 이후에도 어떻게 계속 살아가는가일 것이다.

상처 이후에도 살아야 하는 얼굴을 매일 마주하면서, 나는 때때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다시 돌아오지 못한 얼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마지막 표정 역시 파괴가 아니라 존엄의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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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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