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압 스파이크(Blood Pressure Spike)란 급격한 온도 차이로 인해 혈관이 수축한 상태에서 혈액이 이를 통과하면서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혈관이 수축해 통로가 좁아지면 혈류(血流)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이를 극복해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기 위해 심장은 더 강하게 수축한다. 이 과정에서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는 정원에서 물을 줄 때 호스(hose) 끝을 손가락으로 막으면 물줄기가 더 세지는 원리와 유사하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아침 혈압 스파이크’다. 일반적으로 잠에서 깬 뒤 1~2시간 동안 혈압은 서서히 상승하는데, 이 시간대에 추위에 노출되거나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를 겪으면 말초 혈관 수축이 크게 일어나 혈압이 평소보다 더 크게 오른다.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갑자기 추운 실외로 나갈 때 혈압 상승 폭이 더욱 커진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추위가 길게 지속되는 경우보다, 짧은 기간에 기온이 ‘뚝’ 떨어지는 날이 건강에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일기예보를 볼 때 절대 기온보다 전날 대비 기온 변화 폭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최근 낮 최고기온이 영상 20도까지 올랐다가 며칠 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내려가며, 불과 며칠 새 기온 차가 최대 31도에 이른 사례도 있었다.
급격한 기온 하락은 뇌혈관(腦血管)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체온이 떨어지면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끈적해지고, 이로 인해 혈전(血栓)이 쉽게 형성될 수 있다. 혈압 상승과 혈전 형성이 동시에 일어나면 뇌졸중(뇌경색·뇌출혈) 위험은 크게 높아진다.
기온 저하가 심근경색증(心筋梗塞症)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학회지의 연구에 따르면, 심근경색 발생률은 추위가 시작된 다음 날부터 증가해 약 1주일간 높게 유지됐다. 이는 추위 당일보다 이후 며칠 동안 ‘혈압 스파이크’의 여파가 질병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은 심장근육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冠狀動脈)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심근경색이 일어나면 심장근육으로의 혈액 공급이 차단돼 근육이 손상되고, 이로 인해 심한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근경색은 심장마비(心臟痲痺, heart attack)의 가장 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심장마비의 전조 신호는 비교적 분명한 편이다. 가슴 중앙이 쥐어짜는 듯 아프거나, 통증이 왼쪽 팔·어깨·턱으로 퍼지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숨이 가쁘고 식은땀이 나며, 이유 없는 극심한 피로감이나 메스꺼움이 동반되기도 한다. 심장마비가 의심될 때 가장 중요한 대처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다.
만약 주변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고 호흡이 없다면 즉시 심폐소생술(心肺蘇生術,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CPR)을 시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3만 명 이상의 급성심장정지 환자가 발생하며, 생존율은 약 7.8%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경우 생존 확률이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을 익혀, 심장정지를 목격했을 때 즉시 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마비를 겪은 뒤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스트레스는 다시 심장을 긴장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감정을 혼자서만 감당하려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겨울철 심장마비는 예방과 대처, 그리고 이후 관리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추운 계절일수록 심장은 더 많은 배려를 필요로 한다.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 기존에 앓고 있던 질환이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예를 들어 관상동맥 스텐트(stent)를 삽입한 사람, 부정맥 치료를 받은 사람, 고령의 당뇨병 환자,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지혈증(高脂血症, hyperlipidemia) 환자, 말초동맥경화증 환자, 천식(喘息)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환자 등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한파(寒波) 시기에는 일상 속 순간에서 질병 발생과 사고가 집중될 수 있다. 겨울철 혈압 스파이크를 예방하려면 생활 습관의 관리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주요 수칙은 목욕 시 ‘히트 쇼크’ 주의, 운동 시간대 조절, 외출 시 체온 유지, 음주 및 식습관 관리, 가정혈압 측정의 생활화 등이다.
목욕할 때 뜨거운 물에 전신을 오래 담그거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행위는 혈압 스파이크를 유발할 수 있다. 욕조 물 온도는 약 41도로 유지하고, 입욕 시간은 10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은 겨울철 새벽 야외 운동을 피하고, 해가 뜬 뒤 기온이 오른 늦은 오전이나 낮 시간대에 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새벽 운동을 해야 한다면 실내에서 충분히 준비운동을 해 체온을 올린 뒤 보온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체열 손실이 큰 머리·목·손발은 외출 시 모자, 목도리, 장갑 등을 착용해 보호하는 것이 좋다. 이는 말초 혈관 수축을 완화해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이른바 ‘혈관의 외투’를 입는 효과가 있다. 음주는 마시는 순간보다 다음 날 아침 혈압을 높이는 영향이 더 크므로 주의해야 하며, 국물 요리는 국물을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정에서 측정하는 혈압은 내 몸 상태를 보여주는 계기판과 같다. 아침 기상 후 배뇨를 마친 뒤 식사 전에, 그리고 저녁 취침 전에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편안한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습관은 겨울철 뇌·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혈압 관리에서 단순히 수치가 높은 것보다 더 위험한 요소는 혈압이 불규칙하게 오르내리는 혈압 변동성(Blood Pressure Variability)이다. 혈압은 자세, 활동량, 감정, 식사, 기온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변동하지만, 그 폭이 지나치게 클 경우 혈관 건강에 큰 부담이 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평균 혈압이 비슷하더라도 변동성이 큰 집단에서는 뇌졸중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20~3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시행된 대규모 가정혈압 연구에서도 겨울철은 연중 혈압 변동성이 가장 커지는 시기로 확인됐다. 매일 측정한 혈압의 변동성이 겨울에 가장 컸으며, 변동성이 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3배 높았다.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고혈압 가족력이나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의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은 기온 변화가 큰 겨울철에 아침과 저녁으로 가정혈압을 규칙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24시간 활동혈압측정검사(ABPM: Ambulatory Blood Pressure Monitoring)를 고려할 수도 있으며, 이를 통해 하루 전체의 혈압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