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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윤 건강칼럼]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방치하면 심근경색·뇌졸중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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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고지혈증(高脂血症)이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성인 고지혈증 유병률은 23.6%로, 성인 4명 중 1명꼴이다. 고지혈증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대부분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되다가 방치할 경우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그동안 국내 만성질환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해온 것은 고혈압이었으나, 2023년부터 고지혈증(20.9%)이 고혈압(20.0%)을 앞질렀다. 2024년에는 고지혈증(23.6%)과 고혈압(22.2%)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고지혈증 환자는 2024년 기준 322만1286명으로, 4년 전보다 약 100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고지혈증(hyperlipidemia)이란 혈중 지방 성분이 정상 범위를 넘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를 말한다. 임상적으로는 비정상적인 혈중 지질 상태를 통칭해 이상지질혈증(dyslipidemia)이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 ‘피에 기름이 많이 낀 상태’로,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의 주요 원인이 된다.

혈중 지방이 증가하면 혈관 벽에 지방이 축적되고, 이 과정에서 염증 반응이 유도된다. 이는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혈관 내 지방 축적은 ① 건강한 혈관, ② 초기 지방 축적, ③ 혈관 내강의 협착, ④ 혈류 감소와 염증 반응 단계로 점차 진행된다.

지방을 섭취한다고 해서 모두 체지방이나 혈중 지방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비만이나 대사증후군이 있는 경우 위험은 커지지만, 반드시 살이 찌거나 고기·튀김을 즐기는 사람에게만 고지혈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 대사 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고지방·저탄수화물 식이(LCHF)는 체중 감소 효과가 있더라도 혈중 지방 농도를 높일 수 있어,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고지혈증의 원인은 크게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뉜다. 유전적 요인으로 혈중 지질 대사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일차성 고지혈증이며, 비만, 당뇨병, 과도한 음주, 특정 약물 복용 등 후천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이차성 고지혈증이다.

일차성 고지혈증은 1형부터 5형까지 분류되며, 이 가운데 1형이 가장 중증이다. 1형 일차성 고지혈증은 뷔르거-그뤼츠병(Burger-Gruts disease)으로도 불리며, 8번 염색체에 위치한 LPL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리파아제(lipase) 효소의 활성도가 저하되고, 극초밀도 지단백이 증가해 급성 췌장염이나 황색종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차성 고지혈증의 경우 원인 질환이나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사증후군이나 비만이 원인이라면 식이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이 기본이며, 비타민 B3(나이아신)이 풍부한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요 시 스타틴(statin)이나 나이아신 등의 약물 치료가 병행된다.

고지혈증은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합병증이 발생하면 관련 증상이 나타난다. 중성지방이 급격히 증가하면 췌장염으로 인한 복통이 발생할 수 있고, 아킬레스건에 황색종(xanthoma), 눈꺼풀에 황색판증(xanthelasma)이 나타나기도 한다.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면 죽상경화증이 진행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단은 보통 12시간 이상 금식 후 혈액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총콜레스테롤 200mg/dL 이상, LDL 콜레스테롤 130mg/dL 이상, 중성지방 150mg/dL 이상이면 고지혈증으로 진단한다. 총콜레스테롤은 240mg/dL 이상일 경우 ‘높음’, LDL 콜레스테롤은 190mg/dL 이상이면 ‘매우 높음’으로 분류된다. HDL 콜레스테롤은 60mg/dL 이상이 바람직하며, 중성지방은 150mg/dL 미만이 적정 수준이다.

치료의 기본은 식사 조절과 운동을 통한 생활습관 개선이다. 여기에 약물 치료가 병행된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스타틴 계열 약물은 HMG-CoA 환원효소를 억제해 콜레스테롤 합성을 감소시키고 LDL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낮춘다. 에제티미브(ezetimibe)는 소장에서 콜레스테롤 재흡수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콜레스티라민(cholestyramine)은 담즙산의 재흡수를 차단해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지만, 중성지방을 증가시킬 수 있어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나이아신은 LDL과 중성지방을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며, 피브레이트(fibrate) 제제는 중성지방 감소 효과가 뛰어나다. 오메가-3 지방산(EPA·DHA)은 하루 3~4g 복용 시 중성지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예방을 위해서는 유전적 요인을 제외하고 식사 관리와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총 지방 섭취량은 전체 열량의 25~35% 이내로 제한하고, 포화지방산은 10%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 권장된다. 다가불포화지방산은 10% 이하, 단일불포화지방산은 20% 이하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고지혈증은 약물 치료만으로도 치료율이 86.2%에 이른다. 문제는 고지혈증이 증상 없이 진행되는 ‘침묵의 질환’이라는 점이다. 동맥경화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진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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