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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만성콩팥병 환자, 심장병 사망 위험 높아…새로운 단서 나왔다

심장과 신장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 환자에게 심혈관 질환은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꼽힌다. 실제로 만성콩팥병 환자들의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심장병 등 심혈관 질환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다. 다만 비만, 고혈압, 당뇨병처럼 공통 위험 요인이 많아 “콩팥이 왜 심장을 해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기전은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와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Mount Sinai) 연구진은 만성콩팥병 환자의 심부전 발생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만성콩팥병 환자의 신장에서 생성돼 혈액 속을 떠다니는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s, EV)’가 심장 기능을 악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관련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에 발표됐다.

세포외소포는 세포가 외부로 분비하는 나노 크기의 소낭성 입자로, 세포 간 정보 교환을 돕는 전달체로 알려져 있다. EV는 단백질이나 유전정보, 특히 마이크로RNA(miRNA) 등을 실어 나르며 다른 조직의 세포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서 유래한 EV가 심장세포에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특정 miRNA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것이 심장 기능 저하 및 심부전 위험 증가와 관련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동물실험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만성콩팥병 모델에서 EV의 순환을 억제했을 때 심장 기능이 개선되는 경향을 확인했다. 또한 만성콩팥병 환자의 혈장 검체에서도 건강한 사람에 비해 동일한 특성을 지닌 EV가 더 많이 발견된 것으로 보고됐다. 신장과 심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심장-신장 연계(cardiac-renal interaction)’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지만, 신장에서 유래한 EV가 심장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이 구체적 실험으로 제시된 점에서 주목된다.

만성콩팥병은 세계적으로 흔한 만성질환이다. 미국에서는 성인 7명 중 1명꼴로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뇨병 환자와 고혈압 환자에서도 만성콩팥병이 동반되는 비율이 높아 조기 진단과 관리가 중요한 질환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도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만성콩팥병 유병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이며, 특히 고령층에서 유병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만성콩팥병이 위험한 이유는 말기 단계가 되기 전까지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불편을 느끼지 못하다가 4~5단계로 진행하면 피로, 식욕저하, 가려움 등 요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가진 사람이라면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신장 기능 수치(사구체여과율, GFR)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만성콩팥병 환자는 고칼륨혈증 위험이 높다. 혈중 칼륨 농도가 상승하면 치명적인 부정맥이나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어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손끝 혈액 한 방울로 혈중 칼륨 농도를 빠르게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측정기 개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어, 향후 진단 편의성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만성콩팥병 치료의 핵심은 원인 질환을 조절하고 진행을 늦추는 데 있다. 혈압과 혈당을 철저히 관리하고, 저염식과 체중 관리,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신장 기능 보호에 도움이 된다.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한 경우에는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등 신대체요법(renal replacement therapy, RRT)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만성콩팥병이 단순히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능 저하’에 그치지 않고, 신장에서 유래한 생물학적 신호가 심장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향후 EV를 기반으로 심부전 위험을 조기에 예측하는 혈액검사나, EV 또는 그 안의 유해 물질(miRNA)을 표적하는 정밀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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