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肝, liver)은 약 3,000억 개의 간세포와 여러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람 몸속에서 500여 가지 역할을 담당한다. 알코올을 포함한 각종 음식물과 영양소를 저장하고 가공하는 역할을 하며, 체내 독소와 노폐물을 75% 이상 해독(解毒)해준다. 이 외에도 에너지 대사, 살균 작용, 면역 체계 유지 등 그 역할이 매우 다양해 ‘인체의 화학 공장(化學工場)’이라 불린다.
간암(liver cancer)은 간을 이루고 있는 간세포에서 생겨난 악성 종양을 말한다. 2023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40~50대 남성 암 사망률 1위는 간암이며, 전체 암 사망률은 11.7%로 폐암에 이어 두 번째다.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40~50대 중년층에서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간암은 5년 생존율이 약 39.3%로 전체 암 평균 생존율(72.1%)에 비해 매우 낮다. 또한 간암은 완치 판정 후에도 5년 내 환자의 절반 이상이 재발을 경험할 만큼 재발 위험이 높은 암이다. 암세포가 제거된 후에도 간 자체의 질환 상태(간경변 등)가 지속되면 새로운 간암이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간암을 조기 발견하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이에 대한간암학회(Korean Liver Cancer Association)는 2017년 간암의 위험성과 간암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정했다.
2월 2일로 정한 이유는 1년에 2회, 2가지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자는 취지다. 2가지 검사는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혈액검사)’다. 알파태아단백(Alpha Feto-Protein: AFP)은 간암의 중요한 종양표지자(tumor marker)이며, 태생기(태아기)에 생성되었다가 생후에는 감소하는 단백질이다. 성인이 된 후 병적 상태가 되면 다시 증가하는데, 주로 간 손상 및 간암의 경우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간암은 간의 기능이 70% 이상 손상되어도 통증이나 뚜렷한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아 ‘조용한 암’으로 불린다. 증상을 느껴 발견했을 때는 이미 상당한 정도로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보통 피로감이나 소화불량 같은 증상만 나타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다. 간암의 주요 증상은 황달, 체중 감소, 복부 통증, 피로감, 식욕 저하 등이다. 특히 눈동자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黃疸, jaundice)은 뚜렷한 위험 신호다.
우리는 ‘간암’ 하면 술(알코올)을 먼저 떠올리지만, 대한간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간암의 원인은 B형 간염 바이러스(72%), C형 간염 바이러스(12%), 알코올(9%), 기타 원인(4%) 순이다. 즉, 간암 환자 10명 중 8명 이상(84%)이 바이러스성 간염과 관련이 있다.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대부분 출산 시 어머니로부터 감염되는데,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특히 간경변증(肝硬變症) 환자의 매년 1~5%에서 간암이 발생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간경변증(liver cirrhosis)은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간 조직이 섬유화 조직으로 바뀌어 간 기능이 저하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간경변증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피부에 붉은 반점이 거미 모양으로 나타나거나(거미 혈관증), 손바닥이 정상보다 붉어질 수 있다. 비장(脾臟, spleen)이 커지면서 왼쪽 옆구리에서 만져지기도 하며, 복수가 차고 다리에 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할 경우 간성혼수(Hepatic Encephalopathy)로 인해 행동이 변하거나 의식이 흐려질 수도 있다.
지방간(脂肪肝, fatty liver)은 간 내 지방이 간 무게의 5% 이상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과 관련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술을 많이 마시면 간에서 지방 합성이 촉진되고 에너지 대사가 방해받아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기게 된다.
간암 위험군(고위험군)은 주기적으로 복부 초음파(필요시 CT·MRI)와 혈액검사(AFP)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영상 소견과 혈액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진단하며,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에는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건강검진 시 ‘간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면 안심한다. 하지만 간 수치(AST, ALT)는 간세포가 파괴될 때 혈액으로 흘러나오는 효소 수치를 뜻하는 것으로, 간이 50%까지 손상되어도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간경변증이나 만성 간 질환이 있어도 수치만으로는 방심해서는 안 된다.
간암의 치료법에는 간절제술과 간이식(수술 치료), 고주파열치료와 경동맥색전술(비수술 치료) 등이 있다. 현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간이식술(liver transplantation)과 간절제술(hepatectomy)이다. 간은 전체 부피의 70~80%까지 절제가 가능하지만, 동반된 간경변증 등의 상태에 따라 수술 범위를 결정하게 된다.
간 이식은 1963년 미국의 토마스 스타즐(Thomas Starzl)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고, 국내에서는 1988년 서울대 김수태 교수팀이 최초로 성공했다. 현재 간 이식 수술의 사망률은 약 1~3% 내외로 안정적이다.
간암을 조기에 발견해 근치적 치료(수술 등)가 가능한 경우 환자의 90%는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암이 많이 진행되었거나 간 기능이 저하되어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비근치적 치료를 시행한다.
예방의 핵심은 위험 집단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다. B형 간염 항체가 없다면 백신 접종은 필수다. 또한 타인의 칫솔, 면도기, 손톱깎이를 공유하지 말고, 금연과 절주,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만성 간 질환 환자라면 ‘2월 2일’의 의미를 되새겨 정기적인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