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은 서울대 유학생 노에스더씨의 KBS 견학기입니다. 노에스더씨는 1995년 러시아 뻬쩨르부르크에서 태어나 학부와 대학원을 마친 후 2022년 공주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2025년 3월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현재 2학기 재학중입니다. 그는 11월 7일 동료 서울대 유학생 20명과 KBS를 방문해 뉴스룸 스튜디오와 아이돌 공연 녹화현장, 라디오 스튜디오 등을 견학한 내용을 <아시아엔>에 보내왔습니다. <편집자>
KBS는 나에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일 뿐 아니라, 사회적 기억과 공동체적 책임을 담아내는 중요한 문화 기관이다. 그 역사 속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사례가 1983년 6월 30일 처음 방송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무려 138일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한국전쟁(1950~1953)으로 가족과 헤어졌던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서로를 찾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전국적 규모의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후에도 KBS는 기록 보관, 다큐멘터리 제작, 재편성 방송, 특별 기획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식으로 약 30여 년간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된 공공적 역할을 지속해왔다고 한다. 이는 KBS가 단순한 방송 매체를 넘어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이어주는 인도적 기억의 장으로 기능해왔음을 보여준다.

KBS 스튜디오 견학은 단순한 체험 활동이 아니라, 이러한 방송의 정신이 오늘날에도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날씨 예보와 뉴스 진행 체험을 하며 카메라 앞에서의 발화 방식, 억양 조절, 속도와 호흡의 균형 등 실제 방송인이 갖추어야 할 섬세하고 집중된 노력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과 영화 장면을 직접 더빙해보는 시간도 있었다. 짧은 장면이라도 목소리의 톤, 감정의 깊이,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이 작품의 분위기와 캐릭터의 존재감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하는 경험이었다.

또한 K-pop 아이돌의 녹화 현장을 가까이에서 참관할 수 있었다. 우리 유학생들에게는 처음 접하는 음악 산업 현장이었으며, 목소리와 동작, 카메라 앵글과 무대 연출이 얼마나 정교하게 조율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화려한 결과물 뒤에 숨겨진 집중력, 인내, 전문적 훈련의 깊이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KBS 라디오 콩스튜디오는 영상 없이 목소리만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일이 얼마나 섬세한 작업인지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적절한 호흡과 쉼, 목소리의 질감, 말의 리듬이 그대로 청취자와의 소통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었다.
이번 견학을 통해 미디어의 힘은 단순한 기술이나 연출 방식이 아니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에 대한 책임 의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KBS는 오랜 시간 동안 방송이 정보 전달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고, 기억을 기록하며, 공동체의 이야기를 보존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경험은 미디어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일 뿐 아니라, 때로는 현실을 만들고 희망을 잇고 사람들을 다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어떤 목소리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전할 것인지가 곧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모습을 형성한다는 점을 깊이 느끼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