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칼럼

[배일동의 렌즈판소리] 중(中)의 지혜: ‘이쪽’과 ‘저쪽’을 잇는 옛사람들의 세계관

영리한 오목눈이는 제 분수에 맞게 높은 곳보다는 주로 낮은 곳으로, 그리고 틔인 곳보다는 은밀한 덩쿨 속을 좋아한다. <사진 배일동>

“Neck 하고 Connect 하고 어원이 무슨 연관성이 있을 성싶다”

옛사람들은 중(中)을 상하 좌우 전후의 핵심으로서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조절하고, 중재하고, 교차하여 소통케 하는 벼리로 보았다. 상하좌우전후의 시공간에서는 어떤 일의 중점을 두고 저쪽과 이쪽이라는 경계가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일정한 법칙을 정해 두었는데, 천지 중(中)에서 하늘을 저쪽이라 했고 땅을 이쪽이라 했다. 또 소우주인 사람 몸 중에서도 머리쪽을 저쪽 하늘이라 했고, 아래 오장 쪽을 땅이라 했고 이쪽이라 했다.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을 목(Neck)이라 했다. 그래서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고 이어주는 곳을 목이라 해서 우리말에 골목 여울목 길목이란 말이 생겨 났을 성싶다. 영어에서 연결이란 단어가 Connect인 것도 참 재밌다. Neck 하고 Connect 하고 어원이 무슨 연관성이 있을 성싶다.

여하간에 어떤 일 중(中)에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두었는데, 그 일 중(中)에 내가 이쪽이고 다른 사람이 있는 곳을 저쪽으로 규정했다. 그러니까 저쪽을 항상 위(上)에 놓고 이쪽에 나를 낮은 아래(下)로 놓고 일에 분수를 따졌다. 이것이 분수의 규정이다. 분수에 맞는 일 처리는 너와 나의 처지와 이해(利害)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중심이 되는 일의 이로움에 주목해서 그 분수를 논했던 것이다.

그래서 훈민정음에서도 말하기를, 초성을 저쪽인 하늘 소리라 했고 아설순치후의 머리 쪽에서 발동한다 했다. 그리고 종성을 땅의 소리라 했고 이쪽의 오장에서 소리가 발동한다 했다. 가운데 소리 중성은 이 초성과 중을 중재하고 보상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래야 말씨와 글씨의 조리가 생겨 분수에 맞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리 발성에서도 가운데 소리를 기점으로 저쪽으로는 밀고, 이쪽으로는 당겨서 분수를 잘하여 내놓아야 균화(均和)된 화음(和音)이 율동한다.

배일동

명창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자동 게재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