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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옥철의 수학산책] 소설과 영화 속 수학…’박사가 사랑한 수식’·’오일러 패러독스’·’뷰티풀 마인드’·’라이프 오브 파이’ 등등

<박사가 사랑한 수식>
[아시아엔=손옥철 마사모 회장, 현대엔지니어링 부사장 역임, 서울대 공대 기계과 졸업] 일본의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인 오가와 요코의 장편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수학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 이 작품은 늙은 수학박사와 미혼모인 가사도우미, 그리고 그녀의 아들 루트(정수리가 평평하다고 박사가 붙인 이름) 세 사람이 수학을 매개로 유대 관계를 이어가는 따뜻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수학박사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새로운 것은 80분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장애를 겪고 있다. 이 소설에는 특별한 관계인 두 수가 등장하는데, 친화수(親和數, amicable numbers) 혹은 우애수(友愛數)로 불리는 수의 조합이다.

두 수가 각각 진약수(眞約數, 자기 자신을 제외한 약수)를 모두 더하면 상대방 수가 될 때 그 두 수를 친하다는 뜻으로 친화수라 부른다. 친화수는 고대부터 알려져 피타고라스학파와 중세 이슬람 수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었다.

주인공 수학박사는 친화수를 ‘신의 의도에 따라 운명적으로 묶인 수’라고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친화수는 220과 284이다.

284의 진약수는 1, 2, 4, 71, 142로, 이를 모두 합하면 220이 되고, 220의 진약수 1, 2, 4, 5, 10, 11, 20, 22, 44, 55, 110을 모두 합하면 284가 된다. 소설에서 박사는 도우미의 생일이 2월 20일이고 자신의 시계에 284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들어 두 사람이 특별한 인연임을 설명한다. 이 친화수 다음의 친화수는 1184와 1210이다.

데카르트와 페르마도 각각 친화수 한 쌍씩밖에 발견하지 못했는데, 현대에 들어 컴퓨터는 수십억 쌍의 친화수를 찾아냈다고 한다. 친화수는 무한히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증명되지는 않았다.

완전수(完全數, perfect number)는 한 수가 자신의 진약수의 합과 같을 때 부르는 말이다. 예를 들어, 6의 진약수는 1, 2, 3인데 1+2+3=6이므로 6은 완전수다. 다음 완전수는 28로, 1+2+4+7+14=28이기 때문이다. 처음 일곱 개의 완전수는 6, 28, 496, 8128, 33550336, 8589869056, 137438691328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완전수는 모두 짝수로, 그 수는 50여 개가 있고 가장 큰 것은 수천만 자릿수일 만큼 큰 수이다. 완전수가 무한대로 있는지, 홀수에도 완전수가 있는지는 모두 미해결인 상태다. 모든 완전수는 십진법에서 6 또는 28로 끝난다.

이를 두고 알렉산드리아의 유대인 철학자 필론은 1세기에 쓴 저서 <창조에 관하여>에서 완전수를 언급하며, 6과 28이 완전수이기 때문에 세상이 6일 만에 창조되었고 달이 28일 주기로 공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처럼 수학을 주제로 한 소설이 많이 있다. 논픽션이지만 소설처럼 서술한 사이먼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다가 ‘소피 제르맹 소수’를 발견한 소피 제르맹 이야기인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소피의 선택>과는 다른 작품), 파이 이야기를 다룬 스티븐 프라이언의 <굿바이 파이> 등이 그들이다.

그 밖에도 가상의 수학자를 주인공으로 하거나 수학적 사고를 중심에 둔 소설도 많다. 국내에는 중학교 교사인 김상미 작가가 수학을 소재로 쓴 소설 <오일러 패러독스> 등이 있다.

수학이나 수학자를 소재로 한 영화도 많다. 노벨상을 받은 존 내시(1928~2015)의 삶과 정신적 고통을 그린 영화 <뷰티풀 마인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한 수학자 앨런 튜링 (1912~1954)의 성취와 몰락을 그린 <이미테이션 게임>, 인도의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1887~1920)의 삶을 그린 <The Man Who Knew Infinity> 등은 모두 실존했던 수학자들의 이야기다.

수학적 사고나 문제를 소재로 꾸며낸 이야기를 만든 영화도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다. 청소부가 좋은 스승을 만나 천재 수학자가 되는 맷 데이먼 주연의 <굿 윌 헌팅>이 대표적이다. 소설을 영화화한 <라이프 오브 파이>는 이름으로 놀림 받던 소년이 신비의 수 ‘파이’로 이름을 바꾸고 자존감을 찾는 작품이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탈북한 수학자가 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지도하게 되는 최민식 주연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있다.

이처럼 수학을 주제로 한 영화는 많지만, <박사가 사랑한 수식>처럼 수학의 원리나 이론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많지 않다. 대부분 천재 수학자들의 삶의 서사나 성취, 고뇌를 이야기하거나 수학에 관한 에피소드를 곁들이는 수준이다. 아마도 수학 이야기는 일반 대중을 이해시키기 어렵거나 따분하고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친화수라는 특별한 수를 이용하는 이 영화처럼 흥미로운 수학 이야기로 영화를 만든다면, 수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편집국

The AsiaN 편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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