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화

해파랑길 여덟번째 인문학 도보 여행, 울진~삼척에서 추암까지

동해 바다 위를 고요히 나르는 새떼 <사진 신정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도보 여행길인 해파랑길’을 따라 걷는 ‘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다음 카페 san kang)’ 회원들이 오는 11월 28일(금) 밤 출발해 30일(일)까지 여덟 번째 도보 답사에 나선다. 이번 여정은 경북 울진의 마지막 마을이자 강원도의 첫 마을인 고포리(姑浦里)에서 시작해 삼척 죽서루와 추암까지 이어진다.


고포리, 경북과 강원의 경계에서

깊은 산길을 넘어 협곡처럼 휘감아 내려오면 바닷가 마을 고포리가 나타난다. 옛날 큰 난리를 피해 한 할머니가 아기를 업고 들어와 터를 잡았다는 전설이 남은 곳이다. 을사년 러시아 배와 일본 배의 해전 중 어뢰가 떠내려와 폭발해 마을 주민 40여 명이 희생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마을 한가운데를 가르는 도랑을 사이에 두고 경북 울진 고포와 강원 삼척 고포로 나뉘는 이곳은, 선거철마다 ‘두 개의 고포’로 언론의 주목을 받곤 한다. 한편, 이 지역에서 나는 고포 미역은 예로부터 임금께 진상될 만큼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경상도의 끝, 강원의 시작

울산과 경북이 만나는 ‘지경(地境)’처럼, 이곳 고포에도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을 나누는 큰 지경이 있다. 이 지점이 바로 동해 트레일 경상북도 구간의 끝이자 강원도 구간의 시작점이다. 인근 월천리의 ‘솔섬’은 세계적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가 촬영하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진 명소다.


전설과 신앙이 공존하는 신남리 해신당

신남리에는 여느 바닷가 마을처럼 해신당이 있다. 500년 전 결혼을 앞둔 처녀가 폭풍 속에 휩쓸려 바다에서 목숨을 잃자, 마을에 고기가 잡히지 않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를 달래기 위해 주민들이 나무로 남근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자, 신기하게도 어획이 다시 풍성해졌다고 한다. 지금도 매년 정월대보름 제사가 이어지고 있다.


장호리와 용화리, 동해안의 절경

근덕면 장호리에 이르면 그림 같은 용화리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말이 굴렀다는 말구릿재, 용이 승천했다는 용구멍, 물개가 모여든다는 물개바위 등이 어우러진 절경은 동해안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어지는 초곡항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고요하고, 매원리에는 조선시대 여행자들이 묵던 제궁원(齊宮院)의 터가 남아 있다.


공양왕의 숨결이 남은 궁촌리

고려의 마지막 임금 공양왕이 이성계에게 왕위를 넘긴 뒤 은거하다 생을 마쳤다는 궁촌리(宮村里)에는 공양왕과 세자 왕석, 동생 왕우의 무덤이 있다고 전해진다. 인근 사랫재(殺害峙)는 공양왕의 아들들이 피살된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마읍천 나무다리와 맹방해수욕장

맹방해수욕장을 가르는 마읍천에는 아름다운 S자형 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운 마음을 지닌 이의 손길이 느껴진다. 나무다리를 건너면 인적 드문 맹방해수욕장이 끝없이 이어진다.


관동팔경의 하나, 삼척 죽서루

삼척 오십천 절벽 위에 우뚝 선 죽서루(竹西樓)는 관동팔경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와 맞닿지 않은 누각이다. 고려 충렬왕 때 학자 이승휴(李承休)가 창건했으며, 태종 3년에 부사 김효손(金孝孫)이 중수했다. 『여지승람』은 “절벽 천 길 위에 지어진 누각 아래로 오십천이 굽이쳐 흐르며 영동의 절경이 된다”고 기록했다.


수로부인공원과 추암 촛대바위

죽서루에서 북쪽으로 가면 수로부인공원이 있다. 삼국유사의 ‘수로부인 설화’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곳으로, 바다용의 신통력을 형상화한 여의주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인근 추암해변에는 일명 ‘애국가 바위’로 불리는 촛대바위가 서 있다. 새해 첫날 해돋이 명소로도 유명하다. 촛대바위 아래 해암정(海岩亭)은 고려 공민왕 시절 심씨 가문의 시조 심동로가 지었다고 전해지며, 남쪽의 휴퇴산(休退山)은 충신 이승휴가 은거했던 곳이다.


걷기 안내

  • 일정: 2025년 11월 28일(금) 밤 출발 ~ 11월 30일(일) 귀환
  • 출발: 양재역 12번 출구 서초구청 앞 오후 7시 / 전주종합경기장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 7시 15분
  • 참가비: 24만 원
  • 코스: 울진·삼척 고포–호산리–신남 해신당–장호–용화–궁촌–맹방해수욕장–죽서루–수로부인공원–추암
  • 강사: 신정일 (<해파랑길 인문기행> 저자)
  • 신청: 카페 댓글 신청 후 참가비 입금(국민은행 898301-00-096924 ‘우리 땅 걷기’)
  • 문의: 010-9144-2564
  • 주의: 모든 안전 책임은 참가자 본인에게 있으며, 주최 측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 환불 규정: 행사 5일 전 전액, 4~3일 전 50%, 1일 전~당일은 환불 불가.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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